인생이 뭐 마음먹은 대로 다 되나요?
여동생 윌에게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거나 전혀 알지 못할 때라도,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약국에서 파는 약보다 더 좋은 약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발전하게 돼 있다. 그러니 너무 기를 쓰고 공부하지는 말아라. 공부는 독창성을 죽일 뿐이다. 너 자신을 즐겨라! 부족하게 즐기는 것보다는 지나치게 즐기는 쪽이 낫다. 그리고 예술이나 사랑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라. 그건 주로 기질의 문제라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반 고흐
20대가 지나고 30대가 되어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인생은 열정만으로 이뤄져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인맥이나 끈이 있어야 된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보다 더 중요한 '자연의 이치'가 함께 해야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잔뜩 온몸에 긴장을 하고 꿈을 향해 달려도 안 되는 것들이 있었다. 아니 '더' 안 되는 것들이 있었다. 인간관계, 사랑, 일, 건강 같은 모든 것들이 그랬다.
몇 번의 어둠과 함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을 때,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다. 인생이라는 것은 '나'와 '자연의 이치'가 마치 춤을 추듯 부드럽게 밀고 당기며 스텝을 맞춰가는 것이란 걸. 스스로 백만 년을 살게 인생을 조정할 수 없듯이 내 인생의 주인은 '나'혼자가 아니라 자연이 함께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후 고흐가 여동생 윌에게 했던 말처럼 모든 일에 있어 노력은 하되 너무 애쓰지 않게 되었다. 앞으로의 결과에 대해 '잘 될 거야'라는 부담스러운 긍정 대신 '노력하다 보면 내게 맞는 자연의 이치가 따르겠지'하고 삶의 한 쪽 문을 열어두었다. 절대로 나태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좋은 삶을 위해 노력하되 자연의 이치가 함께하는 것을 이해하고 심하게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왜 너는 공부를 못하니?
왜 너는 아직 취업을 못 했니?
왜 너는 아직 결혼을 못 했니?
왜 아이가 안 생겨?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만큼 힘든 질문들 앞에 지고 싶지 않아서, 이러는 것도 아니다. 나도 공부 잘하고 싶고, 나도 취업하고 싶고, 나도 결혼하고 싶고, 나도 아이 갖고 싶은데 '있죠. 인생이 뭐 마음대로 다 되나요?'라고 말해주고 싶을 뿐이다.
2018. '괜찮다'라는 말이 좋다. 응 괜찮아.
강작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아무 계획 없이 그냥 그 자체로 '살아보기로 했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해도 좋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봐도 좋고.
꽃냄새를 맡으며 시간을 완전히 낭비해도 좋다.
절대 후회하지 않기. 그 순간, 자연의 이치가 우리 곁에 올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