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랑에서 어른의 사랑으로
사랑하면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한해 한해 나는 타인을 더 사랑하게 됐다. 추운 날씨에 일하시고 돌아오신 아버지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고 재정적으로 힘들어진 언니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돕고 싶었다. 아버지가 추운 곳에서 일하시는 데 내가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 죄송스러웠고 언니를 좀 더 돕지 않고 보고 싶은 책을 산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러니까 나는 사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몇 년 전 언니는 지금의 나와 같았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부모님을 비롯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솔선수범 도우던 언니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가 나를 방으로 불러 '지혜야, 나 이제 안 하고 싶어'라고 말하곤 혼자 긴 여행을 떠났을 때. 나는 언니가 사랑에 대가를 바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그녀를 미워했다.
그러니까 언니는 사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가슴이 아프다. 신은 왜 우리에게 이성과 감성을 준 것인지. 신은 왜 우리에게 성공과 실패를 준 것인지. 신은 왜 우리에게 행복과 아픔을 준 것인지. 결국은 사랑과 이기적인 마음이 공존하게 만들었는지. 사실, 모든 것에 균형의 원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따지고 싶은 순간이 많다.
그렇지만 진정한 사랑은 자유를 동반한 사랑이라고 느낀다.
방관이 아니라 소중함을 인식하고 나의 걸음과 함께 나아가는 사랑.
아마도 난 지금 아버지의 뒷모습에 한없이 울던 아이의 사랑에서, 울음을 꾹 멈추고 걸어가는 어른의 사랑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같다.
2018,
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