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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Mar 12. 2018

사랑을 잃었다고

'사랑을 잃었다' 확신하지 말 것 

영화 Me Before You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남자 주인공이 안락사를 선택한 이유가 결국은, 사지 마비된 자신을 보살펴준 여자보다 화려했던 과거 자신의 삶을 더 사랑했기 때문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신은 이기적이에요.'라고 외치는 여자 주인공을 보니 마음이 져려왔다. 인정해야 했다. 결국 (죽음을 선택한 순간의 완벽한 자의로)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다. 결코 자신의 과거보다 아름다운 사랑의 세계가 존재할 수 없다는 그의 확신에 소름이 돋았다. 그와 같은 아픔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해 장담할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사랑을 져버린 그가 많이 미웠다는 것이다.



시는 내게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라고 했다. 2월 초, 친구들이 마련해준 소개팅을 연이어 나가던 때였다. 그날도 늦게까지 남자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둠 속에서 나는 무서움도 잊은 체 한참을 멍하니 서 있있다. 초라했기 때문이었다. 사랑 앞에서 밝게 웃었던 옛 모습은 사라지고, 상대의 눈치를 보며 '날 좋아해 주지 않으면 어쩌나'하고 한껏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 때문이었다. 첫 키스를 했던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어왔다. '헤어지자, 우리.' 다시 상처가 화끈거렸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시인이 문장 속에 숨겨둔 것은 무엇일까. 혹, 희망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스스로를 숨길 이유도, 주눅들 필요도, 서럽게 울지도 않아도 된다고. 새로운 날들의 피어날 사랑을 온전히 스스로의 모습으로 받으라고 말해주는 것이라고 어림잡아 생각하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영화 속 남자는 희망이 없는 죽음을 택했지만, 살아있는 우리에겐 늘 희망이 필요하니까. 사랑을 잃었다고 '사랑을 잃었다' 확신하지 말자. 이젠 마음이 여려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확신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그것이 곧 희망,  삶의 증거니까.  




2018. 안녕, :) 

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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