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는 심장소리
당신도 나처럼
떠오름과 저뭄이 있고, 핌과 짐이 있고,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태어남과 떠남이 있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그것을 알게 된 것은 들이마시고 내시는 삶의 순간들 사이사이였다. 수많은 웃음과 눈물이 퍼즐 맞춰지듯 움직였고 나는 어느새 아파하면서도 감출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나를 어른으로 키운 것은 결코 행복했던 순간도, 아팠던 순간도 아니었다. 매일 밤 잠들고 새 아침을 맞게 했던 건 오직 '함께 있다는 심장소리' 덕분이었다. 당신도 나처럼 입술이 부르튼 아버지를 보고 눈물을 삼킨 날이 있었겠지, 당신도 나처럼 병원에 다리를 부르르 떨며 올라간 적이 있었겠지, 당신도 나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이 있었겠지, 당신도 나처럼 무섭고 두려웠던 적이 있었겠지-하고.. 생각하다 보면,
잠든 머리맡에 조용한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진정한 위로가 단지 어깨를 끌어 폭- 안아주는 것이란 걸 아는 것처럼 당신의 삶은 내게 조용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 병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창 너머의 사람들을 봤다. 지쳐 보였고 혹은 설레 보였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 누군가 내게 영원히 살 수 있다면 그렇게 살고 싶냐고 물었던 것이 머리에 스쳤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아니'라고 답하겠지. 만약 그렇다면, 나 혼자만 남아있게 된다면, 그러니까. 이 슬픔을 온전히 내가 짊어지지 못한 다면 나는 삶의 이유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함께 있다는 심장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우리 삶의 슬픔을 마주하고도 다시 아침을 바라본다. '함께 있다는 심장소리'가 사라지면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닌 것이 될 테니까.
작게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렇기에 웃음과 눈물로 맞춰지는 퍼즐 안에서 무표정이 아니라, 작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가 우리에게 보내는 삶이자, 내가 당신에게 보내는 삶이니까. 대학병원을 올랐다. 문을 열었고 나는 울지 않았다.
2018. 꽃
당신의 벗,
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