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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May 17. 2021

네 가족이어도 이러겠어?

이상한 질문이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엄마가 다친 후부터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이 발견될 때마다 속마음으로 그들에게 묻고 있었다. "네 가족이어도 이러겠어?"


당연히 가족이 아니까, 당신의 엄마가 아니니까- 밤새 진통으로 몸살을 해도 당신은 편한 마음으로 잠에 들 수 있는 것이다. 맞다. 그리고 옳다. 모든 사람들이 엄마를 걱정해서 나처럼 같이 잠 못 이룬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그래서는 안된다. 


하지만- 엄마와 가까운 사람들이라던가 엄마를 돌보는 의료진과 간병인들이 환자에게 차가운 모습을 보일 때 나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해야만 하는 인사치레만을 툭 던지는 '가깝다 여겨온' 사람들. 나는 그들이 괘씸했고, '그런 인간인 줄 알았지만 역시나 실망스럽다. 당신이 언젠가 힘들 때- 다 돌아올 것이다.'라는 무서운 마음을 품었다. 


의료진과 간병인들에게는 사실 어떤 식까지 기대해야 할지 몰랐다. 처음에는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간호사에게 보호자가 질문을 했을 때 눈을 마주치며 친절히 설명해주는 정도를 바랐지만- 모니터만 응시하고 짧게 대답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이성적으로만 일을 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됐다. 마치 그들은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시달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쌀쌀맞아야 한다는 규칙 같은 거라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몇 천만 원씩을 지불하곤 있지만 처절하게 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 대부분의 환자다. 복도에서 보호자들이 의사에게 흐느끼며 토로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대게 이런 식이다. '선생님, 저희도 엄마 암이 다 퍼져서 치료가 한정된다는 것 알아요. 그래도 그렇지 매번 귀찮다는 듯 이야기하시니까..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나는 이것을 엄마 소변통을 비우면서 들었고 당장 문을 열고 뛰쳐나가 그 의사에게 통에 있는 것들을 들이붓고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다. '니 애미였어도 그랬겠어?!!" 이런 수모를 당하면 차후는 변호사에게 맡기고 저녁에 어떤 팬티를 입고 데이트를 나갈까 고민을 할 게 뻔하지만. 


여기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쓰자면, 이 세상 모든 의료진들이 이렇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몇몇 꽤 다수의 의료진들이 이와 같고 그들이 고마운 사람들까지 먹칠을 하고 다니는 것에 문제가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일을 할 때 어땠을까. 내 일이 아니니까, 내 가족 일이 아니니까 대충- 혹은 신경질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을까. 만약 그런 일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동안 소변통을 뒤집어쓰지 않은 것을 감사히 여겨야겠다. 


'세상엔 가족밖에 없다'라는 말을 하게 만들지만- 하고 싶지 않다. 가족 같진 않더라도- 머리만이 아니라 마음도 나누는 세상 속에 살고 싶다. 



글. 강작(@fromkangjak)


추신. 내일 엄마의 화상 치료를 또 하러 간다. 거기서도 대학병원 의사 선생님이 거의 3초 진료를 하시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을 테니- 엄마가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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