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할 수 있는 걸 해

by 강작

퇴사를 앞두고 회사의 면접을 봤다는 지인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내게 너는 퇴사한 지 이제 세 달이 다 되어가는데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스스로에게 불안한가 물었다. 그러자 내 안의 여러 감정들이 지금 엄마 걱정할 시간도 없는데 취업에 대한 불안이냐? 하고 비웃는다.


신기하게도 나는 취업에 대한 불안이 현재는 없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그럼 당신은 내가 든든한 서울 아파트 한 채라든가, 배당금이 꼬박꼬박 월급처럼 나오는 주식들이라든가, '사'자 들어가는 예비배우자라도 두고 있을 거라고 추측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사회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나는 30대 중반의 백수 노처녀라고 할 수 있고, 주관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나는 이제 무르익으려고 하는 작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쪽저쪽 시선으로 보아도 경제적으로 힘들어 보이니 당연히 취업에 대한 불안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당신은 이제 째려보며 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취업에 대한 불안이 별로 없다. 왤까 생각해보면 에디터 시절 여러모로 다양한 모양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던 것이 도움이 된 모양이다. 그들은 내게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걸 하나 찾고 꾸준히 하다 보면 먹고살 수 있는 만큼의 행복은 보장된다라는 걸 알려주었다. 이를테면 지금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낀다면(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왜냐면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인간이 되면 신발끈은 묶을 수 있거나 라면은 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것을 하나 찾아내어 그걸 꾸준히 해가다 보면 그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날이 언젠가 온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학생이 되진 못하더라도 신기하리만큼 내 노력을 좋아해 주는 몇몇 단짝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간식을 나눠먹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된다.

해설이 길었지만 여하튼 이러한 이유로 나는 지금 돈을 벌지 못하지만 계속 글을 쓰고 있고, 언젠가 나의 글 선물을 좋아하며 자신의 도시락에 맛있는 반찬을 줄 누군가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의사나 간호사, 물리치료사들에게 '우리 딸 작가예요.'하고 말했다. 아무리 사회적인 시선이 나를 '백수'라고 칭해도 무너지지 않은 이유. '우리 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야'하고 말하는 엄마에게 ‘엄마 딸이니까 그렇지..’하면 '그렇기도 하지만, 너는 앞으로 잘 될 거야'하고 확신을 주는 엄마.


힘든 시간을 보내는 엄마에게, 나도 가장 든든한 사람이 되어드리고 싶다.



글. 강작(@fromkangjak)


추신. 방금 방광 검사를 마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과를 잘 듣고 병원에서 제발 소변줄을 빼주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내가 병원에 들어간다. 엄마가 웃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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