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작 May 27. 2021

네가 할 수 있는 걸 해

퇴사를 앞두고 회사의 면접을 봤다는 지인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내게 너는 퇴사한 지 이제 세 달이 다 되어가는데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스스로에게 불안한가 물었다. 그러자 내 안의 여러 감정들이 지금 엄마 걱정할 시간도 없는데 취업에 대한 불안이냐? 하고 비웃는다.


신기하게도 나는 취업에 대한 불안이 현재는 없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그럼 당신은 내가 든든한 서울 아파트 한 채라든가, 배당금이 꼬박꼬박 월급처럼 나오는 주식들이라든가, '사'자 들어가는 예비배우자라도 두고 있을 거라고 추측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사회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나는 30대 중반의 백수 노처녀라고 할 수 있고, 주관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나는 이제 무르익으려고 하는 작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쪽저쪽 시선으로 보아도 경제적으로 힘들어 보이니 당연히 취업에 대한 불안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당신은 이제 째려보며 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취업에 대한 불안이 별로 없다. 왤까 생각해보면 에디터 시절 여러모로 다양한 모양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던 것이 도움이 된 모양이다. 그들은 내게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걸 하나 찾고 꾸준히 하다 보면 먹고살 수 있는 만큼의 행복은 보장된다라는 걸 알려주었다. 이를테면 지금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낀다면(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왜냐면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인간이 되면 신발끈은 묶을 수 있거나 라면은 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것을 하나 찾아내어 그걸 꾸준히 해가다 보면 그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날이 언젠가 온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학생이 되진 못하더라도 신기하리만큼 내 노력을 좋아해 주는 몇몇 단짝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간식을 나눠먹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된다.

해설이 길었지만 여하튼 이러한 이유로 나는 지금 돈을 벌지  못하지만 계속 글을 쓰고 있고, 언젠가 나의 글 선물을 좋아하며 자신의 도시락에 맛있는 반찬을 줄 누군가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의사나 간호사, 물리치료사들에게 '우리  작가예요.'하고 말했다. 아무리 사회적인 시선이 나를 '백수'라고 칭해도 무너지지 않은 이유. '우리 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야'하고 말하는 엄마에게 ‘엄마 딸이니까 그렇지..’하면 '그렇기도 하지만, 너는 앞으로   거야'하고 확신을 주는 엄마.


힘든 시간을 보내는 엄마에게, 나도 가장 든든한 사람이 되어드리고 싶다.



글. 강작(@fromkangjak)


추신. 방금 방광 검사를 마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과를  듣고 병원에서 제발 소변줄을 빼주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내가 병원에 들어간다. 엄마가 웃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10년 전의 나에게 전화 한 통 걸 수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