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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May 26. 2021

10년 전의 나에게
전화 한 통 걸 수 있다면

"그럼.. 10년 전의 너와 전화 한 통 걸 수 있다면 뭐라고 할 거야?" 


그의 물음에, 지난 10년의 순간순간들이 빨리 감기 되었다. 역시 멈추고 싶은 순간은 엄마가 베란다에서 서글피 울었던 밤과 자궁 수술을 하겠다고 결심하던 때 그리고 이번 사고를 당하게 된 전날인 엄마의 생일날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은 나는- 자신과 비슷한 목소리에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엉뚱한 말을 하는 전화 너머의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엄마 장난 전화가 왔었어. 꼭 나랑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여자였는데-. 10년 뒤에 엄마가 크게 다친데. 미친 사람이지.' 하면서도 나란 사람은 10년간 살면서 그날을 향해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를 기필코 지켜냈을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까지 아무 대답도 못하곤 계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마치 지금이라도 당장 전화를 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밤은 유난히 짙었다. 개기일식이라고 했다. 나는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집었다. 그리고 귀에 대고 입술을 땠다. 그런데 말을 꺼내려하자 울음이 먼저 나와버렸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세요?' 하는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하자 가로등 때문인지, 달이 밝아진 것인지- 주변은 환해져 있었다. 그녀는 아마도 대답 없는 전화를 끊고 아무 일 없는 듯 살아갈 것이다. 그녀의 엄마도 그럴 것이다. 그들은 많이 웃을 것이고 울 것이다. 나는 울고 있는 그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아질 거예요.'하고. 


이 글을 쓰면서 내 마음에도 누군가 전화를 건 것 같았다. 그게 마흔이 넘은 나인 것 같고.. 그녀가 내게도- 같은 말을 해주었다.



글. 강작(@fromkangjak)


추신. 엄마의 화상은 심재성 2도 회상이라고 했다. 수술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하니- 몇 달 아니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단다. 내일은 방광 검사를 한다. 차차 좋아진다는 말을 주문처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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