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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un 09. 2021

함께라서 고마워

From: "이지혜"
To: "강작"<fromkangjak@naver.com>
Sent: 2021-06-06 (일) 22:47:40 (GMT+09:00)
Subject: 잠이 안 와서
      

강작님 날씨가 더워졌어요

여름답네요

잠이 안 오기도 해서 이렇게 메일을 보내고 있어요

더워질 여름도 잘 보내시길 바라요

맛있는 것 잘 먹고 빙수도 먹고..

책상 정리하다가 작은 거울을 깼네요

전 거울을 잘 깨네요


요즘은 잘 모르겠어요 글쎄요.,

그냥 눈을 떠보니 6월이 된 것만 같아요

이제 아무 감흥이 없어요

그저 그냥

그래 이게 마음의 아픔이 이런 식으로 오는구나 싶어요

구내염이 한 달에 한 번씩 나서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사는 게 그냥 재밌다가도 슬프다가 화가 나고 다 내려놓고 자고 그래요


강작님 그럼 6월도 안녕하시길 바라요.




From: "강작"<fromkangjak@naver.com>

To: "이지혜"

Sent: 2021-06-09 (수) 09:24:40 (GMT+09:00)

Subject: 6월의 안녕은 우리가 함께


안녕, 지혜야.

나는 얼마 전 제주에서 서울 집으로 올라왔어.

그간의 시간이 꿈만 같이 느껴져.

지금도 여전히 비몽사몽  날들이지.


어제는 공원을 걸었어.

꽃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는  보니 

이제 정말 여름이 왔네.

공원은 여러가지 이름 모를 식물들로 

 조성이 되어 있었어.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운 세계가 펼쳐지

전체를 보면  세계가  풍성해지는 것 같아.


벌레가 많이 먹어버린 잎이나 

 늘어진 꽃도 있었는데-

분명 그런 식물이  방에 있다면 

나는 매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을 거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곳에선 그렇지 않았어.

힘없는  조차 정원에선 아름답게 느껴졌지.

외롭지 않아 보였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였어.  


어쩌면 잠을  자는 너와  속에서 헤매는 나는,

지금 힘없는 꽃들 일지도 몰라.

하지만 자연스러운 과정인 .

슬픔을 거름으로 만들어 

6월의 안녕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과정.


여전히 우린 정원에 있어.

다른 꽃들과 경쟁해서 홀로 아름다워 지려다 

새에게 쪼여 먹히는 냉정한 곳이 아니라 

때론 우리가 지쳐있어도 

아늑하고 아름답게 세상을 유지해주는 그런 정원.

우린 아름다운 세상에 함께 있어.


너는 힘들 때면 나에게 편지를 .

그리곤 마지막은 언제나 에게 안녕을 보내지.

나는 그것을 조심히 오려내어 다시 너에게 보내.

그런데 이상하게  반송이 되더라?

반송 이유를 물었더니-

우체부 아저씨가 그러는 거야.


'수신자가 이미 안녕을 받았다'고 말이야.



사랑을 담아,

너의 벗 강작으로부터.

(@fromkang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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