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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un 18. 2021

그렇게 사는 거지

  3달 그리고 며칠 전, 우리 가족은 한 사람을 빼고 함께 서 있었다. 빠진 사람은 엄마였고 그녀는 중환자실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채로 일어날 수 없었다. 늦은 저녁 오랜 수술을 마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의사는 우리에게 엄마의 상황을 전달했다. 횡설수설한 물음에 인간인 의사 또한 괴로운 것 같았다.


  나는 차갑고 조용한 복도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아빠는 아무 말이 없으셨다. 나는 그에게 호소하듯 물었다. "아빠 엄마 어떡해. 어떡하냐고. 어떡할 거야." 울고 있었는지 아니면 눈물조차 떨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때 아빠가 말했다. "그렇게 사는 거지. 아빠가 같이 그렇게 사는 거지." 단호하게 떨어지는 마침표가 조금씩 흐려졌다.


  아빠는 늘 이런 식이었다. 일을 하다 머리를 찌어 피가 나도 병원으로 뛰어들어가지 않고 후시딘을 발랐고, 대상포진이 귀로 와서 얼굴이 반 마비가 되어도 침대에서 끙끙 대며 살아냈다. 흰자가 검은 동자를 침범해 들어올 때도 진료 한번 받아보더니 지켜보자는 의사의 말에 단념하고 살았고 이젠 몇 번을 아빠 아빠 불러야 돌아볼 정도로 귀가 안 좋아졌는데도 나이가 들면 하나둘씩 고장나는 거라고 그냥 잠이 드셨다.

  그는 뭐든 받아들이셨다. 오직 하루에 한 시간씩 달리는 명약만을 믿으시며- 달리지 않는 자 엄살떨지도 말라는 식으로 나를 안타깝게 보셨다.


'힘들게 살지 마라 지혜야. 그냥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편하게 살아.'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나니, 이제 아빠가 실천하고 있는 이 말이- 정말 어려운 것임을 느낀다. 슬픔을 받아들이는 용기. 슬픔을 받아들이는 용기. 그는 나에게 곱슬거리는 앞머리는 물려줬으면서, 왜 이것 하나만 물려주지 않았을까?



글. 강작(@fromkangjak)


추신. 많은 글을 쓰고 싶은데, 손가락이 아파서 파라핀 치료 중이다. 당분간은 쉬어야   같긴 하지만-  머지않아 쓰고 있겠지..? 노트북을 바꿀 절호의 기회인가? 어찌할 수 밖에 없이 돈을 써야하는 신의 계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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