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지수 Aug 16. 2021

[라일락 대신 헤베꽃] 본성

라일락 대신 헤베꽃 - 2

20대를 돌이켜봤을 때 스스로 가장 황금기라고 생각하는 때는 26살에서 27살이었던 2018-19년이다. 새로운 경험들과 다양한 생각을 하며 나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보다 나 자신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도 그 때 처음 깨달은 듯하 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어쩌면 그렇겠구나 생각한것도, 그리고 사람 이 본인을 객관적으로 자각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안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래서 사람관계가 어려운 것이구나, 오해와 갈등이 생기는 것도 그때문이었다. 조금은 다른 맥락이지만 사람 마음이 다 내맘같지 않다는 것도, 단순히 머리로가 아닌 경험을 통해 인지할 수 있게 됐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꽤 어렸을 때부터 '착하고 바르게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나에게 착하고 바르다는 것은 나보다 남을 위하고 배려하는 행위를 말하는 도덕성에 있다중학교 1학년 때 타로카드 뽑듯 골랐던 위즈덤 카드에서 '나눔 (contribution), 마음의 향기가 따뜻한 여자가 될 것이다라는 글귀가 써 있었고 그것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을까자아가 형성되고 보니 나는 사람들에게 항상 착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아무래도 부모님에게 뿐 아니라 다른 많은 환경에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항상 그렇게 지내다 보니 다행스럽게도 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착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에 성공했다그러나 그래왔던 나의 성격에 혼란이른바 현타가 온 것이 26살때였다


나는 착하고 이타적인 사람이다그래야만 했다오랫동안 그래왔고 주변 사람들이 보 는 나 또한 그러한 사람이기에 내 선에서 이기적인 생각사람들을 상대로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그것이 내 스스로 큰 장점이자 강점이라 생각했고그 강점을 나는 철저하게 잘 유지해왔다고 믿었다그러나 몇 가지 사건 이후 내가 생각보다 훨씬 이기적인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스스로 이타적이라 자부하며 나처럼 착하고 배려심있는 사람은 없을거란 허영심에 빠지기도 했었다는 사실도그리고 누구나 살아가면서 결코 이타적일 수만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론에 이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나의 과거를 돌이켜보기도 했지만 모든 사람들을 대할 때 내가 착한 ''을 더 많이 해왔다는 것도 깨달았다이타심의 탈을 쓰고 교묘하게 이기적인 행동을 많이 해 왔다는 것도그리고 그랬던 내 자신을 나는 알지 못했다그 와중에도 나는 착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했다낮았던 자존감 때문에 그렇게라도 내 뜻대로 무언가를 해나가야 했을 수도 있고아무래도 당시의 나를 온 전히 알 수는 없다생각의 꼬리가 쉴새없이 물려 진짜 내가 어떤 인지 알고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본성이 어떤 것인지도 알고 그리고 나의 생각을 이 대로 내려을 어떤 것이 필요했다그것을 시작으로 생한 나의 곡 이 <본성(本性)>. 3학년이었던 2018년 1학기 중간곡이다. 


2018, 3학년이었던 마침 편입준비 후 26살에 착한 학교에서는 학하자마자 현대음을 써야 했다편입 이전에는 써보지 않았던 타기가 포함된 3중주 이상의 곡 을 써야 했는당 교수님의 조언을 받아 바즈의 'Ionisation(이온)' 이라는 곡 을 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40의 기를 13의 주자들이 7량 연주하는 이다각 기들은 각자의 할을 따로 따로 해내는 듯 하면서 후부에 하나의 리로 어채롭지만 복잡한 색채와 불규칙한 리기와 함께 울리는 피 아노의 불협화보다 의 초반부터 서서히 그리고 점차 하게 들리는 사이렌 소리는 내가 쓰고은 의 주제에 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각자의 역할을 하지만 어떻게든 어우러진다'는 곡의 감상은 나에게 이렇게 와닿았다. 서로가 다른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색깔과 리듬대로 가더라도 어떻게든 어울릴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나를 굳이 착한 사람으로 포장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착 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곡에서 중간 중간 울리는 사이렌 소리는 마치 이기적인 내가 이타적인 척을 할 때 나를 찌르는 양심의 소리인 것처럼 들렸다. 이후엔 나의 생각을 어떤 방법으로든 오선지에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본성>에 적용한 악기는 바이올린, 클라리넷과 타악기이다. Ionisation을 듣고 받은 영향으로 클라리넷은 이타적이려 노력하는 나의 행동들, 바이올린은 그 생각을 방해 하는 이기적인 마음, 트라이앵글과 스네어 드럼을 포함한 타악기는 흔들리는 양심을 표현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타적인 마음과 이기적인 마음을 둘 다 가지고 도덕성과 양심 사이에서 매일 고민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그 때부터 조금씩은 알게 되었다. 2018년 26살, 돌이켜보니 당시 그런 고민을 했던 내가 참 측은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세상을 살아가려면 이기적이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젠 알고, 이타적과 이기적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모두가 각자의 기준 안에서 고민하며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이 새삼 야속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일락 대신 헤베꽃] Prologu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