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서 소리 지르는 아이들

by 맑음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난 시간, 교실에 앉아 업무를 하다 보면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지금도 밖에서 한 무리의 학생들이 고래고래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같은 아이들인지는 모르겠으나 며칠에 한 번 꼴로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데, 같은 구간을 반복할 때가 많다. 계속 같은 노래를 부른다.


소음이라면 소음인 소리.

오늘은 내 마음이 여유로워서 그런지 그 소리가 좋다.

나는 밖에서 고래고래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른 지가 언제였던가, 마음껏 소리 지르며 감정을 표출하고 나를 드러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예뻐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 순수하고 친구들이 있으면 세상 다 얻은 것 같은 그 시기 자체가 아름답다.


나의 어렸을 적 모습이 생각난다.

나의 기억 속에서 미화되었건, 단편적인 순간의 기억뿐이건 간에 그때의 나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방과 후에 어둑해질 때까지 운동장에서 고무줄을 넘던 기억.

학교 뒷문으로 나가 산을 넘어 집에 오는 길을 개척(?)하던 기억.

어른들이 뭐 라건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걷던 하굣길.

얼굴은 햇볕에 까맣게 타고 콧물을 닦던 소매는 맨질맨질했어도 그 시절 기억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한다.


예전에 나는 밭에서 논길에서 숲에서 어디서든 소리 지르며 놀았다.

골목에서 배드민턴을 치다가 담을 넘어간 공이 한 둘이 아니었고, 근사한 화단을 볼 수 있던 유일한 건물 면사무소에서도 나무를 타며 놀았다. 언덕길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스릴을 즐겼다.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밖에서 놀거리가 많았다.


요즘 아이들은 놀 곳이 없다. 방과 후에는 학교에 남지 말고 집에 돌아가라고 한다. 아파트 놀이터엔 조금만 큰 아이들이 가도 눈치가 보인다. 골목에서 어슬렁 거리면 위험하니 딴 데 가서 놀라고 한다.

아이들은 놀 장소를 빼앗겼다. 아이들이 네모난 액정 화면 안에서만 놀려고 하는 건 어쩌면 발로 뛰어놀 곳이 없기 때문일 거다.


운동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소리,

업무에 지치고 피곤한 날에는 아마 오늘과 다르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꼭 있어야 하는 소리다. 기운이 넘치는 아이들이 소중하다.


얘들아 마음껏 소리치고 놀아라. 행복하게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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