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의 그림자
앙통의 광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그림자가 눈앞을 가로막았다.
검은 실루엣, 하늘을 배경으로 선 동상.
13미터 높이의 나레수안 대왕이 광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사람이 만든 형상임에도, 그 압도감은 자연의 산맥처럼 현실을 넘어선다.
동상은 영웅을 기리는 기념물이지만, 그 앞에 선 나는 한낱 작은 점일 뿐이다.
존재의 무게가 강제로 몸 위에 얹히는 듯한 감각.
역사의 기념이자 권위의 상징인 이 형상 앞에서, 나는 현실보다 더 비현실적인 순간을 경험했다.
그 거대한 눈빛은 여전히 묵묵히 이 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