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에 깊이 스며든다는 것
아유타야, 그 이름은 내게 익숙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하루 또는 반나절로 다녀오는 곳.
고대 유물과 터가 많다는 사실도, 그 속에 깃든 세월의 결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그곳을 "지나쳤다." 머무르지 않았다.
이번엔 달랐다.
출사로 2박 3일을 머물렀다.
하루, 또 하루.
시간이 더해질수록 이 도시가 조금씩 내게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정확히는, 내가 그곳에 스며들고 있었다.
벽을 타고 오르는 이끼처럼, 뿌연 공기 속에 젖는 듯한 감각이었다.
매일 아침, 낯선 침대에서 눈을 뜨면 같은 도시인데도 조금씩 다르게 다가왔다.
어제 보았던 사원의 벽은 오늘 더 오래된 숨을 쉬고 있었고,
그 곁을 지나던 나의 발걸음은 어제보다 느렸다.
머문다는 것, 그건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게 아니었다.
공간과 시간을 천천히 섞는 일이었다.
체득. 이번 여정에서 처음 알게 된 감각이다.
스쳐가는 것과 스며드는 것의 차이.
그곳에 머무는 이유, 그 깊은 뜻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시간이었다.
사실 나도 한동안은 빠르게 찍고 떠나는 도장깨기식 여행을 해왔으니까.
하지만 왜 나는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여행에 끌리는지, 이제야 조금 알겠다.
그래야 그곳을, 그리고 나를 알 수 있으니까.
이번 아유타야는 내게 한 권의 오래된 책 같았다.
페이지를 넘기듯 하루하루를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그 책 속 문장이 나의 문장이 되어 있었다.
내가 머문 자리, 그 곁의 시간들.
잠시나마 그 공간과 숨을 맞추고 같은 공기를 나누는 순간이 있었다.
스며들어야만 보이는 결이 있고, 머무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표정이 있다.
그렇게 나는, 한 장소와 서로 조금씩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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