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마주한 순간
태국 랏차부리, 내가 찾아간 산 위의 출사지.
이곳은 여러 봉우리에 종교를 대표하는 상징물들이 곳곳에 있다.
그중 가장 높아 보이는 곳에 한 불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고요한 시선으로 산등성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았고, 그 어떤 말보다 겸손했다.
어떤 풍경 속 존재와 눈이 마주쳤다.
그 존재는 말이 없었고, 다만 거기에 있을 뿐이었다.
불상을 가까이서 바라봤을 때 먼저 시선이 머문 곳은 손이었다.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은 어떤 말보다 겸손했기에, 처음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결국 겸손이 답이구나."
하지만 이후 힘겹게 다른 봉우리를 올라 멀리서도 그 불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같은 불상이었지만, 이번엔 다르게 다가왔다.
그제야 문득 떠오른 생각.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겸손한 자세로."
그 순간, 모든 것을 이룬 듯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과시나 결론 없이 조용히 존재하는 모습에서,
완성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왜 자꾸만 완성을 향해 조급해지는 걸까?
뭔가를 만들면, 결국 멋지게 끝내야 한다는 강박.
잘해야 한다는 압박. 늘 결과로 자신을 증명하려는 마음.
그 순간 또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인생에 완성은 없다. 멋진 과정만이 있을 뿐."
이 말을 누가 먼저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누군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내 안에서 찾은 것처럼 느껴졌다. 득템한 느낌이랄까.
불상을 가까이서만 봤다면, 그저 겸손이라는 것만 느끼고 끝났을 출사였다.
하지만 멀리서 다시 바라보았기에, 이번엔 완성이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 멋진 과정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겸손한 자세로 존재하는 그 모습을 통해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나는 종교가 없다.
부처님을 신앙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높고 어진 한 사람, 성자처럼 느껴지는 존재로 마주한다.
그래서인지 더 담백하게 다가왔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가장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그 모습은, 마치 인생 전체를 압축해 놓은 풍경 같았다.
우리는 늘 중심을 잡으려 애쓰다가도 쉽게 흔들리고, 다시 중심을 잡으려다 또 미끄러진다.
그 반복 속에서, 결국 남는 건 어떤 '완성된 나'가 아니라, 그저 흔들리며 나아간 발자국들이 아닐까.
이번 여정의 사진을 다시 보며 생각한다.
멋진 결과물을 만들기보다, 멋진 과정을 겪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게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여정의 의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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