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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를 것인가, 고일 것인가
'흐르는 물, 고인 물'
이방인이 된다는 건 멈추지 않는 흐름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환경에 서면, 내가 변하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낯설어지고,
새로운 것들이 익숙해진다.
그러다 문득, 한때 내 것이라 믿었던 생각과 습관이
이미 오래전에 흘러가 버렸음을 깨닫는다.
그 순간, 과거의 나를 다시 바라본다.
그때의 기록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내가 정말 이렇게 생각했었어?"
"이걸 진심으로 좋다고 믿었단 말이야?"
하지만 이 부끄러움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장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흐르고 있기 때문에, 변하고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니까.
만약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그건 내가 멈춰 있었다는 뜻이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다는 뜻이다.
이건 창작자뿐만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 어디에 살든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내가 살던 곳을 떠나도,
전혀 새로운 환경에 있어도,
그 속에서 내가 정체되어 있다면 결국 같은 자리일 뿐이다.
이방인은 늘 묻는다.
나는 지금 흐를 것인가, 고일 것인가.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