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보다 조화를 선택할 때
'균형이 아니라 조화'
우리는 흔히 완벽한 균형을 꿈꾸지만,
세상은 결코 정확한 무게로 나뉘지 않는다.
태국 롭부리의 한 저수지에서 해가 서서히 스며드는 풍경을 바라보며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구름은 해를 감싸며 은은한 그림자를 만들고, 저수지는 바다처럼 넓게 펼쳐져 잔잔한 물결을 품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양떼들과 자유로운 캠퍼들,
이곳을 찾은 이방인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면 세상은 경계의 연속이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순간, 물과 하늘이 맞닿는 곳, 낯선 땅에서 익숙한 감정을 마주할 때.
하지만 경계란 선명한 선이 아니다.
롭부리의 저수지는 마치 바다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고,
해는 분명히 하늘에 떠 있지만 구름 속에서 점점 희미해진다.
자연과 인공이 섞이고,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우리는 균형이 아니라 조화를 배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스며들며 하나의 풍경을 완성해가는 과정.
캠핑을 즐기는 이들은 무언가를 정복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저수지 옆에서 불을 피우고, 텐트를 치고, 시간을 보내면서 흐름 속에 녹아든다.
해는 강렬하게 빛나다가도 어느 순간 힘을 풀고 물결 속으로 가라앉는다.
억지로 버티지 않고,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순리를 따른다.
완벽한 균형을 맞추려는 강박 대신, 자연이 주는 리듬에 자신을 맡긴다.
조화란 어쩌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칭적이고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 가며 만들어지는 과정.
저수지를 따라 걷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무언가를 지키려는 마음과 놓아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밀려온다.
바람이 불면 물결은 출렁이고, 해는 점점 더 낮아진다.
어떤 날은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날은 가족과의 시간이 우선이 된다.
때로는 현실이 무겁고, 때로는 꿈이 더 가볍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같은 무게로 맞추려는 순간, 우리는 불균형의 늪에 빠진다.
조화는 완벽한 분배가 아니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때 다른 것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율하는 과정이다.
태국의 뉴질랜드라 불리는 이곳.
광활한 저수지와 멋진 선셋,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들, 그리고 그곳을 찾은 사람들.
겉으로 보면 특별한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넓은 부지, 흔한 캠핑장, 물가에서 즐기는 몇 시간.
하지만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볼 때, 그 안에서 조화의 의미를 찾는다.
자연과 사람이, 바람과 물이, 시간과 공간이 서로 맞추려 하지 않으면서도 어우러지는 순간들.
무언가를 이루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감각.
해가 지는 풍경 속에서, 나 자신도 모르게 조화의 일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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