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질수록, 더 넓게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오르는 이유'
우리는 모두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더 나은 삶, 더 큰 성공, 더 깊은 깨달음을 원한다.
노력하고 애쓰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도 같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높은 곳에 오르는지가 아니라, 그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다.
태국에서 살아가며 빈부격차를 실감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처음 마주한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집 근처에는 웅장한 캠퍼스를 가진 국제학교가 있다.
대학 수준의 시설과 교육을 갖춘 그곳은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 다닌다.
그들의 미래는 이미 정해진 듯 보인다.
그리고 그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오래된 사원과 그에 딸린 작은 학교가 있다.
같은 하늘 아래, 불과 몇십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지만 전혀 다른 세상이다.
외부자의 시선으로 볼 때, 이 대비는 더욱 극명하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단순한 경제적 차이로 보였지만,
점점 그것이 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빈부격차는 존재하지만,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에서 체감하는 격차는 차원이 다르다.
사회적 계층이 고착된 환경에서 개인이 이를 뛰어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일까. 거리 곳곳에서 복권을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단 한 번의 기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단 하나의 숫자 조합에 희망을 건다.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외에 다른 길이 보이지 않기에 더욱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이곳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일부 사람들은 자신만을 위해 그 자리를 이용한다.
도움을 주기보다 거리감을 두고, 공감을 나누기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권력과 부를 쥔 부류는 자신들의 세계를 더욱 견고히 하려 한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의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살아간다.
자녀가 생긴 후, 이 차이가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를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고 싶어 한다.
충분한 여유가 있다면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된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최상의 환경을 당연하게 누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을 보며,
그 차이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 자체가 다르다.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애초에 좁다.
그리고 그런 환경 속에서 ‘성장’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곳에서 어떤 시선을 가지느냐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그곳에서 더 넓게 품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올라갈수록 시야가 넓어지지만,
그 시야가 누구를 향하는지가 중요하다.
오르는 이유는 단순히 더 높은 곳에 있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넓게 품기 위함이어야 한다.
높은 곳에 오른 사람이 자신만의 성을 쌓는다면,
그곳은 더 이상 성장의 장소가 아니다.
진정한 성장은 자신이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고,
아직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데서 시작된다.
태국에서 살아가며, 나는 성공이 단순한 고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배웠다.
결국, 성공이란 얼마나 높이 올라갔느냐보다,
올라가면서 누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에서 결정된다.
성장과 성공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 높이는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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