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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素顯)

꾸밈없이 드러나는 본질

by 강라마

길을 걷다 보면 포장된 길과 비포장된 길을 접하게 된다.

깔끔하게 정돈된 길과 울퉁불퉁한 자갈길, 그 차이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도 이런 구분이 뚜렷하게 존재할까?

포장된 길은 익숙한 길이다. 많은 사람이 지나갔고, 안전하며 예측 가능하다.

사회적으로도 ‘옳다’고 여겨지는 방향이다.

반면 비포장된 길은 낯설고 불확실하다.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미지의 길,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길이다.

브런치용_사진_포장과_비포장1.jpg <포장과 비포장의 경계 시리즈1>. 2025.02 | Thailand_NonTh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브런치용_사진_포장과_비포장2.jpg <포장과 비포장의 경계 시리즈2>. 2025.02 | Thailand_NonTh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하지만 어디까지가 포장이고, 어디서부터 비포장일까?

안정적인 직장과 정해진 커리어 루트가 포장된 길처럼 보이지만,

그 길을 따른다고 해서 불안과 혼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모험을 택한 사람이 불확실 속에서도 확신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그 길은 오히려 더 단단할 수 있다.


포장이란 단어를 곱씹어 보면 흥미롭다.

무언가를 감추고, 더 좋아 보이게 만드는 행위이기도 하다.

상품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거나,

부족한 부분을 가리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사회 속에서도 우리는 종종 포장을 한다.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기보다, 더 보기 좋은 모습으로 보이려 애쓴다.

반면, 비포장은 날것 그대로의 상태다. 미완성일 수도 있고, 다듬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가감 없는 본질이 있다.

포장된 길이든, 비포장된 길이든, 중요한 것은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태도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한 길이 내게 맞는 길일 수 있다.


결국 포장과 비포장의 구분은 절대적이지 않다.

단단하고 매끄러워 보이는 길이 가장 위험할 수도 있고,

험난하고 거친 길이 가장 자유로운 길이 될 수도 있다.


이방인은 이렇게 바라본다.

길 위에 선 사람만이 그 길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있다.

당연하겠지만 정해진 답은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길 위에서 우리가 어떤 걸음을 내딛고, 어떤 흔적을 남기느냐는 것이다.

<포장과 비포장의 경계 시리즈2_영상>. 2025.02 | Thailand_NonTh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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