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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 (異感)

익숙함과 낯섦이 마주하는 순간

by 강라마

촌부리의 해안에 도착한 건, 썰물이 한창일 때였다.

주차를 하고 차 문을 열자마자, 짙은 바다내음이 코끝을 때렸다.
낯설지 않은, 그러나 너무 오랜만에 맡아보는 향이었다.


한순간, 시간이 뒤섞였다.

눈앞에는 바닷물이 빠진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건 한국 서해의 풍경이었다.
익숙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돌리며,
'아, 여긴 태국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함과 낯섦이 파도처럼 교차했다.


멀리서 한 사람이 갯벌 위를 오가고 있었다.
낮게 몸을 숙이고 무언가를 채집하는 모습.
카메라를 들고 짧게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는 긴 시간, 맨눈으로 바라보았다.

낯설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
익숙하지만 결코 같지 않은 풍경.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묘하게 교차하는 감정이 가슴 한켠을 맴돌았다.


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뜻밖에 다가온 익숙한 풍경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기억을 건드렸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감정의 파편들.
그 순간, 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있었다.

촌부리-2025-04-27-2.JPG <이감 (異感)>. 2025.04 | Thailand_Chon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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