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본 느린 시간의 온도
촌부리의 해안 언덕,
그날따라 원숭이 무리들이 유독 가까운 곳까지 내려와 있었다.
사람들이 오가고 셔터를 누르는 와중에도
한 가족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그저 눈앞의 하루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잠시 멈춰섰다.
바다를 배경으로,
작은 몸을 조심스레 손질해주는 커다란 실루엣.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의 장면이라는 건 분명했다.
원숭이는, 자녀의 털을 천천히 골라가며 손질하고 있었다.
태국에 살면서 자주 마주치는 동물 중 하나가 원숭이다.
한국이라면 야생에서 보기 어려운 존재지만,
이곳에서는 사람들의 일상 공간 가까이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그 사실이 아직도 조금은 낯설고, 때로는 신기하게 다가온다.
예전엔 약간의 두려움이 더 컸다.
성질이 사나울 수도 있고, 때로는 돌발적으로 행동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바짝 다가선 사람들 앞에서도
이 원숭이 가족은 도망치지 않았다.
자신들의 리듬으로, 자신들만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 마리의 동물이 다른 존재를 보살피는 모습에서
이상하리만치 강한 울림이 느껴졌다.
문득, 내 아이가 떠올랐다.
사랑은 늘 마음 안에 있지만,
몸이 힘든 날엔 짜증도 나고, 말이 거칠어지기도 한다.
그 장면 앞에서 잠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모습을 남기고 있을까.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순간이었다.
바다와 원숭이, 그리고 그들 사이의 조용한 손길.
이번 출사에서 가장 오래 남을 장면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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