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른다는 말로는 부족한 시간의 잔상
므앙씽 역사공원을 찾은 건 점심 무렵이었다.
햇살은 이미 뜨거웠고, 평일이라 그런지 인적은 드물었다.
더운 공기 속에서도 조용한 유적지는 묘한 정적을 품고 있었다.
별다른 기대 없이 들어선 공원은, 예상보다 깊은 울림으로 나를 맞았다.
가장 먼저 발걸음을 멈춘 곳은 야외 전시관이었다.
처음엔 텅 비어 보였던 공간, 그러나 계단 아래 음영진 바닥에 무언가 존재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것이 사람의 유골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머리뼈와 팔, 골반의 윤곽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전시물 아래에 붙은 설명은 그것이 므앙씽보다 훨씬 오래된 철기시대의 유골이라고 일러주었다.
거의 2천 년 전, 이 땅을 살았던 이들의 흔적.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앞에 서 있었다.
셔터를 누르긴 했지만, 그보다 먼저 떠오른 건 수많은 생각의 겹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었다.
존재의 흔적이었다.
기록이 아니라, 삶의 잔해였다.
관광지의 평범한 코스에서 이토록 조용한 충격을 마주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공원 안쪽으로 더 깊이 걸어 들어갔다.
짙은 나무 그늘 아래, 울퉁불퉁한 벽돌길이 이어졌다.
낡은 벽체와 퇴색한 붉은 기와, 끊어진 계단들이 중간중간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은 복원된 형태라 인공적인 느낌이 있었지만, 때때로 전혀 다른 감각이 느껴지는 장소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오래된 나무둥치 앞이었다.
겉껍질이 벗겨진 채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고, 수십 겹의 나이테가 깊게 패여 있었다.
처음엔 단순히 질감의 아름다움에 끌렸지만, 자꾸만 아까 보았던 유골의 장면이 겹쳐졌다.
그때 머릿속에 '시간의 무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것은 단순히 눈앞의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남긴 깊은 흔적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곳의 모든 풍경이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건.
눈앞의 사물은 변함없이 그대로였지만, 그 안에 담긴 것들을 바라보는 방식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멀리 가지 않고도 충분히 멀리까지 닿는 시선.
므앙씽이라는 시대를 넘어, 그보다 훨씬 오래전의 유적과 유물,
유골을 마주하며 나는 마치 시간을 초월하고 또 초월하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이곳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타임머신을 타고 몇 번이고
과거를 오간 듯한 깊은 시간 여행을 선사하는 특별한 곳이었다.
과거의 존재가 남긴 잔해와 세월의 무늬가 새겨진 나무 앞에서, 나는 지금 여기를 넘어선 깊은 상념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