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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相生)

거대한 흐름 위, 낯선 상생의 풍경

by 강라마
나콘나욕_흑백-5.JPG <상생(相生):1>. 2025.06 | Thailand_Nakhon Nayok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나콘나욕의 쿤 단 프라깐 촌 댐에 닿았다.

익숙지 않은 지명만큼이나 이곳은 나의 시선을 새롭게 사로잡았다.

댐이라는 인위적인 구조물은 늘 자연을 거스르는 거대한 형체로 인식해왔다.

웅장한 콘크리트 벽은 자연의 흐름을 막고, 인간의 필요에 의해 거대한 풍경을 조작하는 존재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마주한 풍경은 달랐다.

거대한 물줄기를 가두고 있는 댐은,

주변의 산과 어우러져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무심히 펼쳐진 호수는 푸른 산맥의 품에 안겨 있었고,

그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작은 배들과 그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거부감 없이 녹아들었다.

이곳은 단순히 물을 가두는 구조물이 아니었다.

자연은 댐이라는 인공물을 거부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와 협업하며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했다.

인간의 손길이 닿은 흔적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풍광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계곡물이 모여 거대한 호수를 이루고, 그 물길을 따라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는 과정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나콘나욕_흑백-1.JPG <상생(相生):2>. 2025.06 | Thailand_Nakhon Nayok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내게 이곳은 단순한 댐이 아니었다.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이 충돌하는 대신, 서로 상호작용하며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댐 주변에서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고, 이곳은 훌륭한 관광지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인공적인 구조물이 이토록 자연스럽게 주변에 스며들어,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기능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낯선 곳에서 마주한 이 풍경은, 내가 세상과 자연을 바라보던 관점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때로는 거스르는 듯 보이는 인간의 행위조차,

자연과 어우러져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다는 깨달음.

거대한 물결 위에서 나는 인위와 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운 '상생'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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