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부리 | 1
사라부리에서의 하루, 우리는 파사뎃(Pha Sadet)이라는 오래된 전설과 역사가 깃든 장소를 찾았다.
사라부리에서 외곽으로 꽤나 들어가야 닿을 수 있는 이곳은 단순한 명소 이상의 무언가를 품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풍경은 웅장하면서도, 고요하게 힘이 느껴졌다.
이곳은 기차가 처음 이산(동북부) 지역으로 연결되던 시절, 물자와 사람을 실어 나르기 위해 거대한 산맥을 넘어 철도를 놓았던 역사적 장소다.
파사뎃은 라마 5세(쭐라롱꼰 대왕)와 얽힌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당시 이 길을 뚫기 위해 엄청난 폭파 작업을 시도했지만, 거대한 바위산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치 산의 신이 길을 내주지 않는 듯했다.
이에 라마 5세가 직접 현장에 와 바위 옆에 작은 사당을 짓고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단단했던 바위가 스스로 깨지며 철로를 놓을 길이 열렸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이곳을 신성한 장소로 여기며, 거대한 바위 하나가 마치 오랜 시간 기찻길을 향해 비켜나듯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풍경은 이 전설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고 있었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난이도의 작업이었을 것이다.
폭파, 터널, 바위 절단. 그 모든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철도가 존재하고, 그 철도는 방콕에서 멀리 떨어진 이산 지방까지 물자를 실어 나르며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
길은 단순한 경로가 아니라, 생명의 선이었다.
이 바위 아래 서 있으니 그런 이야기들이 허공에 울리는 듯했다.
산기운 때문인지 공기는 맑고 서늘했지만, 그 안에 묵직한 감정이 배어 있었다.
근처에는 지금도 운영 중인 파사뎃역이 있다.
기찻길을 따라 그곳에 도착했을 땐,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목조건물로 된 오래된 역사, 낡은 간판, 손때 묻은 기둥과 창틀.
영화 세트장 같기도 했고, 오히려 그런 날것의 풍경이 더 큰 감성을 자아냈다.
그 시절 그대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마침, 굉음을 내며 화물열차 한 대가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진동과 바람, 철컥거리는 소리.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철도가 오랜 세월 동안 부대껴온 이 장소의 리듬 속에 내가 들어선 느낌이었다.
기차는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사라졌다.
파사뎃은 단지 철도 유산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희생이 고스란히 새겨진 장소이고, 또 누군가는 여전히 이 길 위에서 생을 이어가고 있는 현재다. 그 모든 숨결이 겹쳐진 자리에서 나는 다시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시간은 흐르고, 길은 계속 이어진다. 그 한가운데, 바위는 여전히 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건, 늘 그런 침묵의 존재들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