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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다른 태국> 깊은 어깨

칸차나부리 | 6

by 강라마

칸차나부리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이 도시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인 '콰이강의 다리'를 찾았다.

약 9년 전쯤 한 번 방문했던 기억이 있었지만, 워낙 유명한 장소이기에 오히려 그 이후로는 다시 찾지 않게 되었던 곳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이 여행의 마무리를 이곳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고민 없이 콰이강 다리로 향했다.

예상대로 다리 주변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나도 그 틈에 섞여 천천히 다리 쪽으로 다가갔다.

예전엔 단지 "와봤다"는 데 의의를 두었다면, 이번엔 시선이 확연히 달랐다.

이곳의 아픈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지금, 다리에 대한 감정은 한층 더 깊고 조심스러워졌다.

다리를 자세히 관찰하니 눈에 띄는 풍경이 있었다.

철근으로 보강된 구조물 아래로, 오래된 나무 기둥들이 겹겹이 겹쳐져 있었다.

그중 일부는 희미한 숫자들이 적혀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현지 기록에 따르면, 현재의 철근 다리 아래 보이는 이 나무 구조물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포로들이 강제 노역으로 만들었던 원래 목조 다리의 잔해나 기초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 흔적들이 지금도 이 다리 아래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숙연해졌다.

날씨는 무척 더웠지만, 다리 끝에서 끝까지 걸어보고 싶었다.

이 다리가 품은 비극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고통과 희생을 조금이나마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한 감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건하고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칸차나부리 타이로드 전용-18.JPG 2025.07 | Thailand_Kanchan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칸차나부리 타이로드 전용-53.JPG 2025.07 | Thailand_Kanchan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서려던 순간, 멀리서 경적 소리와 함께 강렬한 라이트 불빛이 다리를 향해 다가왔다.

운행 중인 기차였다.

순간 놀라움과 함께, 이 다리가 여전히 현역 기찻길이라는 사실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다리 곳곳에는 일정 간격마다 작은 대피 공간이 있었는데, 나는 그동안 그곳이 사진 찍는 용도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건 기차가 지나갈 때 피할 수 있도록 만든 안전구역이었다.

콰이강의 다리는 과거의 상처를 숨기지 않는다.

되려 현재의 일상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그 아픔을 기억한다.

그 모습은 역사를 '기억 속에 박제'하는 것이 아닌, 일상의 흐름 속에서 계속 이어가려는 노력처럼 느껴졌다.

그제서야 다리에만 집중했던 시선이 다리 양옆으로 펼쳐진 주변과 저 멀리 아름다운 강, 그리고 여러 시설들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곳은 슬픔을 간직하면서도, 동시에 아름답고 멋진 공간으로 빛나고 있었다.

관광지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이곳은, 역설적이게도 그 덕분에 잊히지 않는다.

그 시대의 희생은 어떤 것으로도 보상될 수 없겠지만, 지금의 우리가 그 기억을 간직하고 조용히 기리며 지나간다면,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이번 여행의 마무리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시간의 강은 계속 흐르고, 다리는 그 위에서 여전히 굳건히 서 있었다.

칸차나부리 타이로드 전용-49.JPG 2025.07 | Thailand_Kanchan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칸차나부리 타이로드 전용-33.JPG 2025.07 | Thailand_Kanchan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칸차나부리 타이로드 전용-54.JPG 2025.07 | Thailand_Kanchan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칸차나부리 타이로드 전용-31.JPG 2025.07 | Thailand_Kanchan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칸차나부리 타이로드 전용-26.JPG 2025.07 | Thailand_Kanchan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칸차나부리 타이로드 전용-22.JPG 2025.07 | Thailand_Kanchan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칸차나부리 타이로드 전용-21.JPG 2025.07 | Thailand_Kanchan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칸차나부리 타이로드 전용-55.JPG 2025.07 | Thailand_Kanchan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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