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구구절절

36. 미래

20170508_pm05:35

by 강민선

돈을 좀 더 많이 벌 수 있다면 엄마 아빠 용돈 팍팍 드리고 아니 집도 사드리고 좋은 것도 사드리고 좀 더 편안하게 해드릴 수 있을 텐데. 오늘이 어버이날이어서가 아니라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이다. 내가 쓸 돈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내가 살 집을 좀 더 넓히고 싶거나 당장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는데 부모님한테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럼 나도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꼭 물가에 둔 아이처럼, 부모님이 내겐 그렇게 느껴진다. 오늘이 어버이날이기도 하고 마침 휴관일이기도 해서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시장가는 길이라고 했다. 아빠도 같이 있다고 해서 나도 을지로4가에 있는 중부시장으로 갔다. 돼지갈비 삼인분을 시켜 먹고 똑같이 담은 용돈을 드리고 엄마 아빠는 왕십리역으로 나는 반대 방향으로 헤어질 예정이었는데 내가 고기 냄새도 뺄 겸 좀 걷겠다고 하자 엄마 아빠도 함께 을지로입구까지 걸었다. 셋이서 함께 지하도로를 걸었다. 을지로4가에서 시청까지 지하도로가 쭉 연결돼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아빠의 운동 코스라고 했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엄마와 아빠는 왕십리행 전철을 타기 위해 멈춰 섰다. 둘 다 이제 공짜라고 했다. 개찰구에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나는 좀 더 걸어서 시청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충정로까지 걸었다. 남편 회사 앞 스타벅스에 앉아 이 글을 쓴다. 방금 엄마 아빠를 만나고 왔는데, 원한다면 얼마든지,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는데, 마치 어느 미래에서 잠시 과거를 여행하고 돌아온 것처럼 아득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내가 나란히 걷는 모습이 아련한 과거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함께 걷는 동안에도 왜 그렇게 눈물이 나오려는지, 있는 힘껏 참았다. 엄마 아빠가 너무 작아져 있었다. 내가 보살펴줘야 하는 작은 강아지 같았다. 어서 헤어지고 나서 남편에게 전화 걸어 그냥 울고 싶어졌다. 엄마 아빠랑 같이 있는데 그냥 너무 슬펐다고. 엉엉. 너무 슬펐어. 왠지 모르게 그냥 슬펐어. 엉엉. 언젠가는 엄마 아빠 없어지잖아. 다 사라지잖아. 그게 너무 슬퍼. 엉엉. 그런 전화는 하지 않았다. 슬퍼할 일은 맞지만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를 위한 슬픔일 뿐이다. 그저 열심히 살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해드릴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을 해드리면 된다. 모든 자식들에게 오늘은 그런 날이었으리라. 그러니 나 혼자가 아니라고, 모든 사람들 마음이 다 같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언젠가는 곁을 떠날 소중한 사람들의 점점 작아지는 모습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우리들. 경험했거나, 혹은 예정된 슬픔을 하나씩은 갖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두가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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