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5_pm02:56
휴관일이지만 출근을 하려고 가방을 챙겨 맸다. 일을 마무리하면 카페에서 글을 쓰려고 노트북도 챙겨왔다. 지하철역까지 걸어오는데 날씨가 별로였다. 지하철역 앞에서 한동안 망설였다. 좌우로 몇 걸음, 갈까 말까 생각하다가, 말았다. 날씨도 별로였고 이런 날 도서관 언덕길을 오르는 건 정말 별로일 것 같았다. 게다가 휴관일인데 일부러 올라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석가탄신일에 도서관 봉사를 하느라 삐끗한 허리에 무리가 갈지도 몰랐다. 가방에는 노트북도 들어 있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카페로 들어왔다. 날이 좋았다면 도서관에 갔을까. 날이 좋은데 도서관 언덕길을 오르는 건 더 별로일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휴관일인데. 다른 때였으면 휴관일이어도 선뜻 일하러 갔을 텐데 오늘은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내키지 않으면 안 하는 거다. 언제부터인가 신조 비슷한 것이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카페에 와서도 한동안은 빌어먹을 도서관만 생각했다. 도서관을 계속 다닐 것인가 말 것인가. 그만두면 무엇을 할 것인가. 당장 해야만 하는 일은 어디서부터 손을 데야 할까. 카페에 전시된 책과 디자인 제품들을 보면서는 어린이실에 딱 이렇게 해 놓으면 애들이 좋아할 텐데. 그래, 8월 행사에는 이 책을 활용하면 되겠군. 나 참. 이러려고 카페에 온 것은 아닌데. 이러다간 아무것도 못하겠다. 이 귀한 휴관일을 이렇게 날려버릴 수는 없다. 남겨야 한다. 보람되고 기쁜 기록을. 두 손을 비비고 깊은 숨을 들이 쉬고 다시 내 쉬고. 일단 오늘은 글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