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야 할까. 두통이 너무 자주 온다. 스트레스 때문인가 싶었는데 쉬는 날에도 아픈 걸 보면 뭔가 이상이 있는 것도 같고. 하지만 머리 때문에 병원에 가는 건 좀 무서워서 계속 미루고 있다. 신경과에 가야 하나. 집에서도 머리 아프다는 말을 밥먹듯이 하니까 남편도 이제는 말만 하지 말고 병원에 좀 가라고 한다. 병원에 가면 물어보고 싶은 게 많다. 왜 머리가 아픈가요? 왜 아픈 부위가 계속 바뀌나요? 통증의 느낌도 계속 달라져요. 어떤 날은 젓가락으로 뇌를 쑤시는 것처럼 아프고, 어떤 날은 뒷목부터 혈압이 쫘악 올라오는 것처럼 아프고, 어떤 날은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아프고, 어떤 날은 토할 것처럼 아파요. 머리 안에 쇠구슬 같은 게 있어서 그게 막 굴러다니는 기분이에요. 묵직한 뭔가가 이쪽저쪽 옮겨 다니고 있어요. 원래 두통이 그런 건가요? 손가락, 발가락, 심장, 배는 멀쩡한데 머리 아프니까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다른 곳은 다 정상인데 머리 아프니까 나라는 사람 자체가 비정상이 된 것 같아요. 말도 잘 안 나오고 눈도 제대로 못 뜨겠어요.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두통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모야모야병이더래요. 희귀병 있잖아요. 뇌혈관의 모양이 꼭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그 얘기를 듣고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보고 때마침 TV에서 해주는 병원 다큐멘터리까지 보았더니 계속 모야모야병이 머릿속에 맴도네요. 이름이 어떻게 모야모야병일 수가 있죠? 너무 귀엽고, 정말 알 수 없는 희귀병 같아요.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은 그래서 어떻게 치료를 받느냐 했더니 처방약이 아스피린이더래요. 아프면 아스피린 먹고 수시로 병원 가서 사진 찍어 보고 추이를 살피는 것밖에 방법이 없더래요. 두통이란 그런 건가요. 저는 요즘 두통약을 먹지 않아요. 예전엔 자주 먹었지만 지금은 잘 참아요. 자기 전에 테라플루를 가끔 먹긴 하는데 그건 두통약이라기보다는 잠을 푹 자게 해주니까 그냥 자기 전에 너무 아플 때 먹어요. 그럼 아침에 개운해요. 아침에 잠깐일 뿐이지만. 출근하면 다시 아파요. 출근해서 아픈 걸까요? 오늘은 반차 냈어요. 아파서 낸 게 아니라 어제 미리 낸 거였는데 반차 안 냈으면 큰일 날 정도로 아프네요. 잘됐죠. 반차 내고 집 근처 카페에 와서 아이스라떼랑 베이글을 시켜서 먹고 있어요. 원래는 크로와상을 먹고 싶었는데, 이왕이면 갓 구운 따끈따끈한 크로와상을 먹고 싶었는데 그건 없었어요. 머리는 계속 아프고 그냥 베이글을 데워달라고 해서 먹었어요. 그것도 맛있었어요. 반으로 썰어서 크림치즈를 발라 맛있게 다 먹어치우고 나니 두통이 좀 가신 것도 같아요. 아직은 조금 남아 있지만 뭐랄까, 점점 사라지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기분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작은 구멍 사이로 두통이 점점 빠져나가는 느낌. 지금도 빠져나가고 있어요. 막혀 있던 하수구가 뚫리면서 천천히 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그럴 때가 있어요. 아주 가끔 있는 일이고, 이런 순간에 비하면 아픈 날이 훨씬 더 많긴 하지만 그래도 살 만해요. 아, 정말 반차를 내고 퇴근을 했기 때문에 점점 나아지는 걸까요? 일을 그만두면 저 정말 괜찮아질까요? 사실 오늘 반차를 내고 소설을 쓰려고 노트북을 챙겨왔는데 노트북에 소설 창을 띄우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것 같아서 닫았어요. 뭔가를 억지로 하려고 하면 머리가 아픈 것 같아요. 출근처럼.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건데, 소설만 쓰면서 살고 싶다고도 생각했었는데 이젠 소설도 출근만큼이나 저를 아프게 하네요. 그래서 소설 창을 닫고 일기 창을 열었더니 뭔가 숨구멍을 찾아낸 것처럼 살 것 같아져서 마구 마구 산소를 들이키며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이것도 글이라고 할 수 있다면요. 이를 어쩌나요. 소설을 써야 하는데, 이건 소설이 아닌데, 소설을 써야 등단도 하고 책도 내는데, 이건 소설이 아닌데.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소설만 쓰려고 했어요. 그래야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게 쓰고 싶어도, 다른 할 말이 있어도 꾹 참고 소설로만 써보자고.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그때그때 일기로 풀 것이 아니라 일단 메모해 놓고 소설을 쓸 때 넣어보자고, 소설로 풀어보자고. 그래서 한 동안 그렇게 해보려고 했어요. 근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너무 답답한 거예요. 난 지금 당장 할 말이 이만큼 있는데 이걸 소설로 옮기자니 있는 그대로 옮기면 별로 소설 같지 않고 소설처럼 쓰려면 뭔가를 더 집어넣어야 할 것 같고 근데 집어넣을 게 없고 집어넣으면 거짓말이고 다 거짓말 같아서 지우고 지우다보면 결국 아무것도 못 쓰고. 소설도 일기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날들만 쌓이고 노트북을 펼치면 머리만 아프고. 어, 이건 아닌데, 이러면 안 되는데. 겉으론 제 시간에 자고 제 시간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주어진 업무를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쳇바퀴를 돌고 있지만 마음은 온 거리를 헤매며 방황했던 사춘기 때랑 똑같은 거예요. 뭘 해도 답답하고 도망가고 싶었던 때 있잖아요. 시간 낭비는 그때로 족한데. 아, 이러면 안 되겠구나. 알겠더라고요. 난 이제 이게 안 되는구나. 재미가 없구나. 정제된 단어와 문장을 고르고 골라 배치하는 건 진짜 작가들보고 하라고 하고 난 그냥 내 기분을 있는 그대로 토해내자고, 안 그러면 내가 글을 쓰는 아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한마디로 남은 인생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