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서함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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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2_pm04:59

by 강민선


써야 할 서평이 하나 있는데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내가 추천한 책이므로 기꺼이 서평을 써서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야 할 텐데 지금은 무엇보다 부담이 크다. 같은 글이고, 같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지금 써야할 글은 이게 아니라 그것이어야 하는데, 이것은 쉽게 쓸 수 있지만 그것은 아니다. 내가 원해서 시작하고 끝내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차이일 것이다.


내가 추천해서 서평까지 써야할 그 책은 멀고 먼 나이지리아 작가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이다. 작년 한 해 서울도서관에서 주최하는 ‘한 도서관 한 책읽기(원래는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한 One City One Book 캠페인의 변형인 셈이다.)’의 한 책 선정단으로 활동하면서 추천했던 책인데 최종 선정 도서로 뽑히면서 일이 커져버렸다. 심지어 2월에는 저자 간담회 사회까지 봐야한다. (저자는 나이지리아 사람이기 때문에 번역자를 모시기로 했다. 그것 역시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다.)


한 책 선정단이 되기 전에는 한 책 담당자였다. 선정단과 담당자의 차이는 분명하다. 서울의 각 도서관 사서들로 이루어진 선정단이 매달 한 차례씩 만나 책상에 앉아 책도 추천하고 서로 대화하면서 이런저런 푸념도 하고 스트레스도 푼다면, 담당자는 그들이 추천한 책을 이용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실무를 한 해 동안 해야 한다. 책 전시는 물론 독서 토론, 작가와의 만남, 북 콘서트 등등을 기획하고 홍보해야 한다. 사람들을 모아야한다. 실적이 있어야 한다.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사례발표도 해야 한다.

나도 선정단이기 전에 담당자였기 때문에 안다. 입사한 지 오 개월정도 되었을 때부터 일 년 팔 개월 동안, 정말 힘들었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한 책 담당이라는 업무는 내 고정 업무와는 별개여서, 오직 나만 가슴앓이 하던 시간도 많았다. 도서관이란 담당자의 책임이 막중한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자기만의 목표와 성취감을 스스로 찾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곳이 도서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큰 경험이었다. 다신 겪고 싶지 않은데 만약 할 거라면 정말 제대로 해야 한다.


한 책 선정단이 되어 책을 선정하는 일에 투입되고, 모여서 하는 일이라곤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남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듣는 것뿐이어서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사서가 되어서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이것이다. 일에 지치고 피곤한 와중에도 함께 모여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욕심나 올해에도 선정단 활동을 계속 하기로 했다.


그러니, 쓰기 싫고 부담이 되더라도 서평은 써야할 것이다. 내가 추천한 책 때문에 각 도서관에서 이를 갈며 일 년 동안 애쓸 담당자들을 생각한다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할 일은 그 사서들이 실무를 해나가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이 책이 담고 있는 많은 질문과 이야기들을 서평에 녹이는 것이다. 자,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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