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서함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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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1_pm11:41

by 강민선


도서관에 요즘 사람이 안 온다. 더욱이 요즘처럼 춥고 눈 오는 날에는. 도서관이 산꼭대기에 있기 때문이다. 설마 하겠지만, 설마 할 만한 곳에 도서관이 있다.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과 머리를 모았다.

우리 큰 일 났어요. 사람이 너무 안 오네요. 안 와서 좋긴 하지만.

맞아요. 안 와도 너무 안 오네요. 대출 건 수 없어서 우리 해산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럴 게 아니라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요. 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벤트도 하자구요. 한 번 해보자구요.


이런저런 의견들이 오갔다. 계획서는 금세 완성되었고 홍보포스터 컨셉도 뚝딱이었다.

희희낙락.

우리들만의 도서관을 운영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들만의 서점. 우리들만의 작은 가게.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도서관에 올까요? 서점에 올까요? 가게에 올까요? 책을 빌려갈까요? 돈을 주고 책이나 그 밖의 것들을 사갈까요? 음. 나중에 개인 상점을 차릴 때를 대비해서 실습한다고 생각해보죠.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말이 되게 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대출해가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복권을 만들고 선물을 모았다. 복권은 손으로 만들었다. 동전으로 긁는 부분은 수정테이프로 대신했다. 잘 긁어지는지 확인해보았다. 얼추 그랬다. 박수. 우리들이 직접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짰다. 2월이면 아이들이 개학을 해버려서 더 오지 않는다. 낮에는 우리보다 공사다망한 어린이들을 위해 야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우리들은 야근을 해야 하지만 상관없었다.


젊고 귀여운 선생님들과는 아홉 살, 열한 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지만 그만 한 차이를 못 느낄 만큼 거의 동등한 선상에서 함께 일하고 지껄이고 박장대소하며 지내고 있다. 그 시간이 즐겁다. 한 분은 재작년 8월에 입사해 올해 8월이면 근무한 지 2년이 되어 계약이 종료되고, 한 분은 팀장의 육아휴직 대체 근무자로 작년 5월에 입사했는데 올해 5월이면 역시 계약이 종료된다. 별일이 없는 한 정규직인 나만 남는다.


5월이 오고, 8월이 왔을 때 두 분은 어떻게 될까. 5월과 8월은 단지 계약서 상의 날짜일 뿐인데, 세상의 끝일 수 없는데, 계속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을 생각할 필요 없이 계속 지금처럼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은 그만두려 한다. 마지막은 계기나 형태만 달라질 뿐이지 언제라도 온다.


그날이 올 때까지 새롭고 재미난 일을 하고 싶다. 지금껏 해보지 않은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다. 선생님들과 함께라면, 긍정적인 기운을 서로에게 불어넣어주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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