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3_pm01:42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줄여서 ‘우, 모, 페’라고도 부른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하긴 제목이 좀 길긴 하지요. 근데 웬 존댓말이냐고요? 제가 이 글을 이렇게 쓰는 이유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의 서술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자 함입니다.
저는 지금 유튜브를 통해 이 책의 저자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이름도 상당히 기네요.)의 테드 강연을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귀에 잘 들린다면 더욱 좋겠지만 어쩌다가 들리는 포인트가 되는 말들, 사람들의 웃음소리만으로도 글이 잘 써지는 것 같군요.
네, 이 책은 동일한 제목의 저자 강연을 문장으로 옮긴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국내의 한 번역가와 편집자가 책으로 만든 것이고요. 30분짜리 강연을 옮긴 것이어서 책은 매우 얇습니다. 말하는 속도대로 읽는다면 정말 30분밖에 걸리지 않아요. 30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 지금껏 무엇을 했던가요? 출근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뒤적이거나 깜빡 졸았던가요? 약속 시간보다 조금 먼저 나와 누군가를 기다렸던가요? 네, 이 책은 그 시간에 다 읽기에 충분합니다. 그것이 이 책을 추천한 첫 번째 이유입니다. 너무 길면 읽지를 않아요.
한 책 선정단 모임에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말했을 때 의외로 제목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내용은 좋은데 제목이 불편하다, 남자들은 잘 읽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등등. 어? 왜죠?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히려 더 그들 앞에 이 제목을 들이밀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제목이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 이유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오해를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이 책을 추천한 두 번째 이유가 여기서 나오는 군요. 누군가에게는 긍정적이고, 밝고, 더없이 정의로운 의미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반대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이것은 분명히 토론할 거리라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책을 추천한 것은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작년에 워낙 많은 일이 있었지만 아마도 이 사건이 페미니즘 논쟁의 촉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바로 강남역 살인사건입니다. 그 사건 이후 전국에서 수만 개의 추모 포스트잇이 모이고, 과거에는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여성혐오 발언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른바 젠더 감수성이 폭발했습니다. SNS는 말할 것도 없고,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서 성역할이나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민망한 말이지만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전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도 대한민국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지극히 일부의 움직임이었습니다. 불편한 현실이지만 이 일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사람들은 일부 젊은 여성들에 한정돼 있습니다. 어쩌면 이 사건으로 ‘여자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면 안 돼’, ‘여자는 몸을 조심해야 돼’, ‘여자는 약해’, ‘여자는 당하기 쉬워’라는 인식만 더욱 커졌는지도 모릅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요. 여자들은 분노합니다. 신체적으로 약하다고 해서 범행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한 상황에서 성별을 가름하는 것은 매우 불필요하고 헛되고 나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 말고도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매우 불필요하고 헛되고 나쁜 성별의 문제는 얼마나 다양한가요? 남성성에 유독 기대가 많은 대한민국 땅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남자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이 책은 말합니다. 만일 우리가 젠더에 따른 기대의 무게에서 벗어난다면 훨씬 행복해질 거라고요. 젠더가 아닌 그 사람의 능력과 관심에 초점을 맞춘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달라질 거라고요. 제가 이 책을 추천한 세 번째 이유입니다.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
이 책이 정의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진실한 페미니스트가 원하는 세상은 바로 그러한 세상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우선된다고 주장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그릇된 판단이나 오해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알게 되면 동의할 많은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바라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