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서함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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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_am11:37

by 강민선


주말 자료실 개관시간이 여섯 시까지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주말에는 평일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다섯 시에 퇴근하거나, 아홉 시에 출근하더라도 다섯 시에 마감을 하고 여섯 시까지 천천히 정리를 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젠 그게 불가능해졌다. 한 시간 늘어난 것뿐인데 주말 근무가 끝난 월요일 아침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 정도로 쑤시고 아팠다. 고작 한 시간 늘어난 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항상 다섯 시 임박해서 들어와 스무 권 남짓의 영어 책과 부록 CD를 반납하고 그만큼 빌려가는 이용자가 있다. 딸과 같이 오거나 혼자 오거나 했는데 빌려가는 건 늘 딸의 영어 책과 부록 CD. 어린이자료실의 골치 아픈 일 중 하나라면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는 이상 청구기호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디얇은 영어교재와 딸림자료(CD)의 대출 반납이다. 배가도 힘들고 수집도 힘들고 CD까지 챙겨야 하니 더 힘들다. 그걸 빌려가는 이용자는 꼭 그것만 빌려가기 때문에 자료실에 들어오는 것만 봐도 딱 알 수 있다. 나를 힘들게 할 사람이라는 것을.


어제도 마감 시간을 다섯 시로 인식했는지 오자마자 서두르기에 “저희 주말에도 여섯 시까지로 변경됐어요. 천천히 하셔도 돼요.”라고 말했더니 아주 반색을 했다. 늘 느끼는 거였지만 예쁜 분이었다. 정말 예쁘게 생긴. 하지만 아무리 예뻐도 퇴근 시간 임박해서 딸림자료까지 있는 책들을 반납하고 대출하는 이용자는 그리 예뻐 보이지 않는다. (이건 근로환경과 관련된 문제이니 이해해주길.) 그런 이용자들에게도 친절하려면 구도자의 마음이 필요하다. 이런 저런 행사와 배로 늘어난 이용자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주말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떻게든 책을 빌리고 싶어 이곳, 이 언덕까지 올라온 사람들에게 그 정도도 못해줄까 싶기도 하다. 한 시간 늘어난 것뿐이다. 물론 주말이라 피곤함이 더했겠지만 주말에 도서관을 더 많이 찾는 건 이용자의 근로환경과 관련된 문제이니 내가 이해해야 한다. 한 시간 더 연장되었다고 하자 환한 미소와 함께 금세 느긋해지는 사람들, 나도 덩달아 느긋해지기로 한다. 여섯 시가 다 되어서도 자리를 떠날 줄 모르고 책을 보는 아이들. 저 아이들이 찾아달라고 들고 오는 청구기호표 때문에 내 다리는 하루 종일 마라톤을 한 것처럼 무겁기만 하다. 그래도.


여섯 시는 온다. 퇴근 시간. 얘들아, 다음에 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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