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서함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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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8_am01:57

by 강민선


세상은 짐작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것을.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고, 그래서 불쌍한 존재니까.


어제의 저녁 바람은 봄의 시작이었다. 오늘은 다시 추워졌지만 어제 퇴근하고 도서관에서 연신내 역까지 이어진 언덕을 내려가는 동안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 지난 어느 날엔가 맡았던 그 공기라는 생각. 그날이 언제였는지,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기억나지 않아도 오래 전 그날이 소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떨렸다. 가슴이 떨리면서도 슬펐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내가 무엇 때문에 떨리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떨림은 지금이 아니라 기억도 나지 않는 먼 과거의 것이라는 생각에 슬펐다.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안전관련 강의 자료 때문에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정리하던 중이었다. 두 사건은 여러 가지로 닮아 있었다. 초기 대처가 미흡했다는 것과 재난 대비 매뉴얼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기관사와 선장이 그 안에 탄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했다는 것. 세월호는 보다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허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설명할 자신은 없다.


자연스럽게 옆자리 선생님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마음은 이미 세월호 생각 때문에 슬퍼진 상태였다. 세월호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선장을 생각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나에게 그런 책임이 있었다면 과연 나보다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었을까. 우리는 서로 고개를 저었다. 못했을 거예요. 누구도 욕할 수 없어요. 그런데 만약 우리 도서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일단 아이들을 먼저 내보내고, 까지 말하는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아이들을 먼저 내보내고 우리들은, 까지 말하는데 또 멈추고 말았다. 우리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같이 빠져 나와요.


아침부터 눈물바람 난 게 웃겨서 또 웃었다. 웃다가 울다가 했다. 우리가 그랬다는 것을 저 바깥의 이용자들은 모를 것이다.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다. 그건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요. 그 순간이 닥치면 누군가는 먼저 도망을 치고, 누군가는 도망칠 수 있는 기회마저 포기하고 마지막까지 남아 다른 누군가를 먼저 구하고. 그건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요.


그 순간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들도 자신이 그럴 줄은 몰랐을 거다.


밝아오는 아침에는 남편과 부산에 가기로 했다. 올해 들어 첫 여행이다. 해마다 가는 부산이라 여행이라기보다는 그냥 다녀온다는 느낌이 크지만 그냥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새벽 두 시가 다 되어가지만 잠은 안 오고, 짐은 아직 싸지 않았고, 이 글은 벌써 약속된 서른아홉 편의 글 중 마지막 열 편의 시작이다. 이제부터는 카운트다운을 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이 참 빨리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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