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7_am10:29
최근에 알게 된 한 독립출판 제작자가 있다. 자신이 쓴 글로 책을 제작해서 판매하는 작가이다. 글도 잘 쓰지만 직접 만들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책의 완성도가 높다. 공이 많이 들어갔을 것이 눈에 선한 책의 겉모습에 먼저 놀라고 그 노력과 수고를 입히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 재치 있는 글솜씨에 두 번 놀란다. 겉과 속이 그 사람을 빼어 닮은 책이 바로 독립출판이 아닌가 싶다. 내게 독립출판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준 전도사 같은 분이랄까. 실제로 만나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나는 구할 수 있는 그 작가의 책을 최대한 구해서 읽었다. ‘누구나 살 수 있지만 언제든 살 수 없는 책’이라는 『독립출판 인덱스』(스토리지북앤필름, The Kooh)의 서문처럼 전작을 다 살 수는 없었다. 제작자가 더 이상 제작을 안 하면 그 책은 없는 거였다. 다른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몸이 둘이 아니고 손이 열 개가 아닌 이상 이전 작업은 중단되는 것이다. 몸이 아파도 마찬가지겠다. 정말 사람이 중요한 일, 사람이 다 하는 일이었다. 이전 책을 다 구하지 못한 아쉬움은 그 작가의 다음 책을 향한 설레는 기다림으로 맞바꿔졌다. 그저께 우연히 작가의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다음 책이 올라와 있기에 보자마자 주문을 했는데 어제 그 작가로부터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책이 아직 출간되지 않았고 원래는 주문이 불가하도록 해놨어야 하는데 놓친 것 같다며 보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니 내가 원한다면 책값을 다시 환불해주겠다는 내용을 아주 따뜻하고 정성 어리게 담고 있었다. 세 번째로 놀랐다. 책의 만듦새와 글솜씨에 이어 이런 세심한 배려심까지 보유하고 있다니. 남편은 물건을 판매하는 입장이라면 자기도 그랬을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지만 내게는 그 문자가 내 믿음에 확신을 더한 하나의 사건이었다. 좋은 사람이야.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다고 해도 최소한 좋은 사람에 대한 모델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 모델과 닮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야, 하고 혼자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 작가의 책을 찾아 읽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앞으로 그 작가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야 나도 책을 계속 읽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