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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을 대하는 워킹맘의 자세

몸이 편한 시간, 마음이 편한 시간.. 당신의 선택은??

by 워킹맘

아이를 낳고 복귀하기 전까지, 즉 워킹맘이 되기 전까지 나는 월요병 환자였다. 개그콘서트가 시작됨과 동시에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잠을 자야 하고 자고 나면 다시 회사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미 우울해지는 증상이 매주 일요일 밤마다 반복되곤 했었다. 그런데 이 병은 첫째를 낳고 회사에 복귀하면서 씻은 듯이 나았다.


현대인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월요병의 완치 후기는 대략 이러하다. 아이와 함께 4개월을 보내고 회사에 복귀할 때 내 마음은 이미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수준의 전투력 초상승 상태였다. 4개월 동안 일을 놓았으니 일이 그립기도 했고, 집에서 다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바바~ 다다~'이런 수준의 대화를 나누다가 곧 그리웠던 동료들과 함께 커피도 마시고 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미친듯한 설렘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막상 복귀를 했을 때, 아직 어린아이 걱정에 하루에도 몇 번씩 친정엄마에게 문자를 날리곤 했지만, 아이 깰 걱정 없이 사무실에서 조용히 집중하며 일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천국과도 같았다. 마음은 조금 불편해도 몸이 편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5일을 꼬박 일하고 나면, '천국(?)'에서도 자꾸 생각나는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하루하루 차근차근 쌓여 금요일쯤 되면 이제 목구멍까지 올라와 잠자는 아이 옆에서 눈물을 흘릴 지경이 된다. 금요일 저녁은 워킹맘이 가장 위험한 시간이다. 주말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과 동시에 주말에 그동안 밀린 사랑을 모두 주리라는 뜨거운 각오로 무척 힘든 놀이 스케줄을 세우게 된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도 가고 동물원도 가고, 사랑을 듬뿍 담아 이유식도 양껏 만들어 놓고, 아이들이 제법 큰 지금은 뮤지컬을 보러 공연장으로 놀이공원으로 백화점으로 정신없이 놀며 그야말로 불타는 주말을 보내고 나면 일요일 저녁이 된다. 이틀 동안 내 안에 마음껏 채워 넣은 아이들의 미소와 웃음소리에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만 몸은 파김치가 되도록 피곤하다.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아이와 '잘' 놀고 난 일요일 저녁은 가슴이 매우 두근두근하다. 월요일이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 일단 조용히 커피도 한잔 마시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도 쓰고, 밀린 일도 하고 충분히 '어른 놀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와 '잘' 놀지 못했거나, 아이 때문에 걱정거리가 있는 시기라면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갈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한다. 출근에 대한 두려움이 출근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변신한 월요병 완치의 순간이다!!.


내가 길지 않은 기간을 살아오면서 얻은 지혜를 하나 꼽아 보자면, 인생에 있어 마음과 몸이 동시에 편한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특정 순간에 대한 평가를 함에 있어 마음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몸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굳이 선택적 사고를 해야 한다면, 나는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것을 골라서 선택하는 편이다. 사무직 워킹맘인 나의 일상에 대입해보자면, 일을 할 때는 몸은 편한데 아이들 걱정에 마음은 불편하고, 집에서 아이를 돌볼 때면 체력적으로 소모가 크지만 눈앞에서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은 즐겁다면, 일 할 때는 편한 몸에 집중을, 아이들을 볼 때는 즐거운 마음에 집중해서 그 순간을 평가하는 식이다. 간단히 말하면 일할 때는 몸이 편했으니 좋고, 육아를 할 때는 마음이 즐거우니 결국 다 좋다는 식이다. 이런 선택적인 사고는 다소 이상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이없기도 하지만 삶의 만족도를 한층 높여준다.


이번 주도 주말에 백화점 나들이에서 찍은 아이들의 사진을 핸드폰에 빵빵하게 저장하고, 든든한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어젯밤에도 내일 출근하면 머부터 할지, 어떤 커피를 마실지, 점심은 누구와 먹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고, 오늘도 회사에 가리라는 일념으로 아침 일직부터 인파로 가득 찬 2호선 지하철에 몸을 맡기며 출근을 했다. 이번 한주도 때론 바쁘고, 때론 짜증 나겠지만, 정체불명의 위기가 닥치면 이번 주 주말에 백화점 나들이에서 찍은 아이들의 사진과 동영상이라는 만병통치약이 내게 있으니 나는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아윌비 쏘~ 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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