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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Sep 22. 2020

워킹맘을 사랑하는 방법

워킹맘을 사랑하신다면, 지금 바로 클릭하세요!!

가을은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뜨겁던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내 몸을 감쌀 때 유독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사랑받고 싶다!" 이런 자연의 섭리가 어찌 워킹맘이라고 비껴가겠는가. 누군가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건만 가을을 타는 건 사실 남녀의 문제로 구분하긴 어려운 것 같다.


워킹맘은 어떤 면에서는 위너(Winner)이다. 누군가는 아직까지 애타게 찾아 헤매고 있는 인생의 배우자를 만나 이미 딱 내 옆에 묶어 두었고, 어떤 이들은 두 손 모아 기도하며 기다리는 예쁜 아가들을 낳아 집에 고이 모셔놓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사회생활까지 하며 내가 쓰는 돈을(가끔은 남이 쓸 돈까지) 벌 능력까지 갖추었으니 "다 가진 여자"라는 표현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없는 일상에 쫓기다 보면, '나는 이 집에서 뭔가'. '사랑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라고 느끼게 될 때가 있다. 남편님과 아가님들은 우리를 마음속 깊은 어딘가로부터 사랑하고 있을 텐데.. 왜 그걸 느낄 수가 없는 걸까..


내가 내린 결론은 아주 간단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우리 딸들에게 워킹맘인 아내를, 그리고 엄마를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어 졌다. 워킹맘을 사랑하신다면, 바로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이다. 


가장 먼저, 워킹맘의 '워킹(Working)'을 칭찬해주세요. 불과 20여 년 전쯤, 남자들이 경제활동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퇴근하면 발 씻는 물까지 떠오던 시절이 있었다. 남편이 퇴근을 하면 아내가 양복을 받아주고, 식사를 차려주고, 아이들은 아빠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것이 단란한 가정의 표본처럼 여겨질 정도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렇게 남성들의 경제활동은 특히 집안에서 존경과 감사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데 분명 그때의 동일한 일을 이제는 엄마들이 하고 있을 뿐인데, 워킹맘들은 왜 퇴근을 하면 쟈켓을 벗어 집어던지고, 식사를 스스로 준비하면서 심지어 늦었다고 불평을 들어야 하는 것인가. 워킹맘의 '워킹' 역시 예전의 아버지의 '워킹'과 전혀 다르지 않다. 시대가 변했고, 남편도 '워킹'을 하고 돌아왔을 테니 발 씻는 물까지는 기대도 안 하지만, 현관에 나와서 오늘도 고생했다고, 꼭 안아주고 수고했다고 칭찬해주면 좋겠다.


둘째로, 가사활동에서 발생하는 미흡함을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워킹맘에게 있어 가사는 아무래도 살짝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는데, 빨래를 개서 정리해야 해서 늦게 처리하는 직원을 회사에서 머라고 생각하겠는가. 당신이 사랑하는 아내를 회사에서 욕먹는 그 직원으로 만들고 싶은가. 가사는 분담을 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워킹맘이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느라 또는 퇴근 후 아이들을 먼저 돌보느라, 빨래를 널지 못했다든지, 설거지가 살짝 밀렸다든지 하는 것은 살짝 눈감아 주시라. 그런 것 가지고 일일이 따지기 시작하면, 매일매일 싸워도 시간이 모자란다. 만약 미흡한 가사활동을 대신 처리해주기라도 한다면, 워킹맘의 마음속에 당신의 사랑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셋째, 엄마에게도 쉬는 또는 노는 시간을 주세요. 워킹맘도 기계가 아니다. 24시간을 자는 시간 8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근무에 점심시간, 출퇴근 시간을 더해 10시간을 치면 5시간밖에 남지 않고,  저녁을 먹고 정리하면 고작 1-2시간 밖에 남지 않는데, 육아와 가사에 그 시간을 쏟으면 정말 24시간이 모자란다. 워킹대디도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집에서 잠만 자며 며칠을 연속해서 보내다 보면, 하루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거나, 정신없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놀아보고 싶은 생각! 워킹맘도 똑같다. 하루 종일까지는 힘들어도 반나절쯤은 아이들이나 가사 걱정 없이 푹 자거나, 잠시 나가 쉬고 올 수 있게 해 준다면 워킹맘 아내는 그렇게 충전한 시간만큼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친 아내에게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빛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내가 요즘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둘째가 어떤 장난감을 집어 들자마자 첫째가  "내가 가지고 놀고 싶었는데.."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리거나, 첫째가 어떤 과자를 집어 들자마자 둘째가 "내가 먹고 싶었는데.."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에,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은 입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상대방에게 어떠한 힘도 지니지 못한다"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나의 마음을 상대방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쉽게 착각하지만, 우리는 아이가 아니다. 특히 일상이 롤러코스터인 워킹맘에게 남편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이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는 그 여자가 본인의 일상에 파묻혀 당신이 사랑하고 있음을 잠시 잊었다면, 서운해하는 대신 1초 정도의 시간을 내어 재빠르게 아내의 눈을 바라보고, "사랑한다"고 말하라. 2초 정도 시간이 더 있다면 "당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든 내가 여기 있다고. 당신을 사랑하는 내가 여기 있으니 언제나 힘을 내라"고 말해주어라.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 당신의 마음속의 사랑이 아내에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글을 쓰고 보니, 위 사항들이 딱히 워킹맘에게만 국한되는 사항은 아닌 것 같다. 워킹대디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고, 사실 우리 모두 조금만 시간을 내어 생각하면 알 수 있는 방법들이다. 다만 바빠서, 정신이 없어서, 부끄러워서, 남사스러워서 하고 있지 않을 뿐인 것이다. 세상에는 2가지 분류의 사람들이 존재할 뿐이다.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 당신의 워킹맘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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