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패션에는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
나는 소위 말하는 멋쟁이는 아니다. 누군가 딱 봤을 때 잘 차려입었다는 느낌이 든다던지, 세련되다는 느낌 주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그래도 나름 패션에 관심이 있고, 부끄럽지 않게 차려입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화장은 하지 않는다. 평생 한 번도 안 해본건 아니고, 대학교 때, 일명 미팅, 소개팅 나가던 시절에 일명 'BB크림'에 '립글로스' 정도는 발라봤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는 거의 손을 놓아버렸다.
내가 화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꽤 간단하다.
1. 화장하는데 시간이 드는데, 잠이 많은 나는 그런 여유가 없다.
2. 화장을 해서 예뻐지려면 화장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기술이 없다.
3. 화장을 몇 번 해봤지만, 별로 예뻐지지 않았다.
4. 색조 화장품의 경우, 피부에 좋지 않다.
결국은 '효율'의 문제인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화장에 시간과 기술을 투자한다 한들 피부에만 나쁠 뿐 그다지 예뻐지지 않더라는 매우 슬픈 이야기이다. 물론 이는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화장을 하는 수많은 여성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은 그저 내가 처한 환경에서 내가 내릴 수 있는 '효율적인' 선택에 불과하다.
하지만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 화장을 하거나 지우는데 쓰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화장품을 사는데 쓰는 비용을 다른데 쓸 수 있으며, 피부도 좀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화장품 냄새가 아닌 엄마의 체취로 기억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일 것이다.
사실 화장을 하지 않고도 내가 당당히(?) 다닐 수 있는 데는, 직업적인 환경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오랜 시간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주로 소위 말하는 아저씨들과 함께 일하는 환경이었고,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움'이 용인되던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풀메이크업을 하고 잔뜩 차려입었으면 매우 어색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쌩얼"을 안타깝게 여기는 몇몇 사람들로부터 간간히 에둘러 지적을 받을 때도 있다. 애 키우느라 바쁘냐고 묻거나, 시도 때도 없이 피곤하냐고 얼굴색이 안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머라도 좀 바를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왜 안 들겠는가.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당화한다. 남자들은 화장하지 않아도 일절 지적하지 않으면서 여자들에게만 '항상 혈색이 좋아 보일 것'을 강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별히 지저분하거나 결례가 되는 차림새가 아니라면, 내가 나의 본연의 모습으로 누군가를 대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물론 나도 외모에 신경 쓰기 위해 약간의 노력은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사소한 노력은, 화장을 하지 않는 대신 귀걸이를 다소 크고 화려한 것으로 하는 것이다. 최대한 내 얼굴에 대한 시선을 분산시킴으로써 조금이나마 내 얼굴이 화장한 사람들 사이에서 초췌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고, 나름 '나도 신경 썼어요' 하는 어필을 하는 것이다.
화장을 예쁘게 잘하는 분들이야 계속 잘하시면 되겠지만, 화장을 앞으로 안 하고 싶거나, 안 하고 있지만 마음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굳이 한마디 하자면, "화장하지 않아도 전혀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