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사의 하루는 아직 운동 중이다 24

아무튼 축구 ①, 나의 축구는 그렇게 시작됐다

by 글쓰는 체육쌤

초등학교 1학년 즈음이었을 것이다.
내 인생의 축구는 그때 시작됐다.


저학년이던 우리는 메인 운동장을 쓸 수 없었다.
공이 잘못 굴러가기라도 하면
고학년 형들이 우리 공을 담 너머로 차버리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거칠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거의 학폭(?)이지만,
그땐 그게 또 일상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잘 놀았다.

운동장 한쪽 미끄럼틀과 철봉을 골대로 삼아
그 안에서 우리만의 월드컵을 열었다.


내가 축구를 잘했는지는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형들과 섞여 경기를 하던 중
드리블을 하다 공이 다리 사이에 끼었고,
그 공이 툭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앞으로 굴러갔다.


그 순간,
“와— 인마 봐라. 사포 한다!”
“와, 얘 잘하네!”


그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엥? 사포?
아… 나, 축구 잘하는 거였구나.


그날 이후로
내 마음속 어딘가에 ‘축구하는 나’가 자리 잡았다.


지금 나는 어느덧 사십 대가 되었다.
여전히 축구를 완전히 놓지 못하고,

무릎엔 보호대를 칭칭 감은 채 운동장에 나간다.
속도는 느려졌고 회복도 더디지만,
공을 차는 순간만큼은 여전히 설렌다.


생각해 보면,
축구는 내 인생의 은유 같다.
잘하려 애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그래도 또 공을 차러 나간다.


어쩌면 나는
축구를 잘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계속 뛰는 나’를 좋아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공을 찬다.
속도는 느려졌어도, 마음만큼은 아직 현역이다.


오늘도 몸과 마음을 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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