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출근 10일 차.
오늘은 토요일이라
우리 세 가족이 함께 기상했다.
어제 방학을 맞이한 아내는
“이제 나태해질 거야”를 선언하더니
밤 12시도 안 돼 넷플릭스를 보다가 잠들었다.
아침에 깨워보니
“한 시간만 더 잘게”라며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나가란다.
유독 이번 학기에 고생한 아내라
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오늘 아침
도서관 출근을 하기로 얘기해 뒀는데
아내는 기억하지 못한 것일까.
조금 억울했지만
그 마음도 눌러두고
아들 학원 준비를 시작한다.
우리 집 자유로운 영혼, 아드님은
오늘도 준비는 뒷전이고
책 읽기, 공룡 놀이, 축구 연습을
아주 성실하게 수행 중이다.
나는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밥을 먹이고,
내 도서관 출근 준비도 동시에 한다.
이제 나도 개운하게 샤워를 하려는 순간,
아내는 여유롭게 머리를 말리고 있고
아들은 밥은 남긴 채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
학원 시간은 다가오는데도
둘 다 너무 평화롭다.
나는 샤워하다 말고
손을 닦고 뛰쳐나가
아들에게 빵 한 조각을 쥐여주고,
아내에게는
“조금만 서두르자”라고 한마디 남기고
다시 욕실로 들어왔다.
그때부터
화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심호흡을 하며
지난 일기에 썼던 문장을 떠올린다.
Q. 최근 불안하거나 슬펐던 경험을 떠올려보세요.
그 감정이 지나간 뒤 어떤 배움을 얻었나요?
A. 아내와 아들에게
정색하고, 짜증 내고, 재촉했던 기억.
그러고 나니 내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
그래.
나를 위해서라도
아내와 아들을 인정하고,
기다려주고, 믿어주자.
그 생각을 되뇌며
따뜻한 샤워와 심호흡을 하다 보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밖으로 나와
아내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어
괜히 한마디를 건넨다.
“으나야,
이 선크림 좀 건조하더라.
다음엔 촉촉한 걸로 사줘.”
도서관에 도착해
나는 여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아내는
아들 학원 등원을 마치고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다고 한다.
괜히 기분 좋아져
아내에게
회심의 유머를 하나 던졌다.
아내의 ‘ㅋㅋㅋ’를 기대했지만,
아내는
내 유머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