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여정을 마치고 오스트리아 빈에 무사히 도착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숙소에 들어가 잠시 쉬는 사이 나는 달리러 나왔다. 아름다운 빈의 밤거리는 그냥 달려도 물론 좋겠지만, 목적지를 정해볼까 고민하다가 여행책에서 봤던 '앙커우어 인형시계'를 향해 달려보기로 했다. 나는 오래된 시계를 좋아한다. 프라하에서도 천문시계에 온 마음을 사로잡혔었고, 도시 곳곳의 성당이나 시청사 탑에 높게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보곤 한다. 앙커우어 시계는 우리가 흔히 보던 원형이 아닌 가로 일직선의 형태로 시간이 움직였고, 5분씩 지날 때마다 인형들이 오른쪽으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시간에 따라 여러 인물의 인형이 등장했다.
시계를 바라보느라 한참 멈춰있다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북적대는 밤거리. 길을 잘못 들어 골목 구석까지 누볐다. 지난번 빈을 다녀간 후에 오스트리아 제국 당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를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에 관심이 생겨 넷플릭스의 드라마 <황후 엘리자베트>를 보고 온 터였다. 그랬더니 저번 방문 때와 다르게, 합스부르크 왕가와 그 시대 서민들이 이곳에 살았겠구나 하며 옛 모습이 그려져서 밤의 조깅이 더욱 특별했다. 관광지답게 아이스크림 가게가 많았는데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입에 물었고, 아이들 줄 딸기 아이스크림을 포장해 갔다. 보통 밤에는 아이스크림을 안 주지만, 여행이니까! 첫 7분은 쉬지 않고 뛰었고, 그다음은 가다 서다 하며 밤거리를 즐겼다.
오스트리아 빈의 앙커우어 시계와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Day 20. 성슈테판 성당 한 바퀴 돌아 햄버거 사 오기
5월의 비엔나는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내가 갔던 때가 5월 1일, 세계적인 근로자의 날을 낀 연휴가 이어졌던 때라 더욱 그랬다. 가는 곳마다 예약 없이는 식사를 하기가 어려웠고,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기다리거나 그 틈에 들어가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그리고 아이들은 쾌적한 숙소에서 뒹굴거리는 것을 늘 선호했다. 그래서 나는 아침저녁으로 끼니를 조달해야 했는데, 주로 그 틈을 이용해 달리기를 하곤 했다. 이 날도 저녁 모차르트 콘서트에 가기 전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해야 해서 근처 파이브가이즈(Five Guys)에서 햄버거를 사 오기로 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가 달리기 시작했다. 파이브가이즈가 너무 가까워서 그 옆에 있는 성슈테판 성당을 한 바퀴 돌았다.
작년부터 유럽 곳곳을 다니며 웅장한 성과 성당을 많이 봐왔지만, 성슈테판 성당은 그중에서도 압도적이다. 처음 우연히 지나가다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 거대함과 화려함에 어찌나 깜짝 놀랐는지. 여태껏 거의 정면에서만 봤었는데 한 바퀴를 빙 돌아보니 생각보다도 더 크다. 유럽의 이런 건축물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 어떻게 그 당시에 이렇게 거대하고 섬세하게 지을 수 있었을까. 관광객들 사이사이를 비집고 한 바퀴를 돌아 햄버거를 사러 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감자튀김과 밀크셰이크도 같이 포장. 음료 때문에 달려가진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돌아갔다. 한국에 돌아가면 배민 배달도 잘할 수 있겠는데. 거리 1.3km, 평균 속도는 6:22/km로, 대체로 7분대였던 평소보다 빨랐다.
Day 21 빈의 아침 달리기
아침 일찍 '카페 무제움'에 갔다.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라는 여행기를 읽으며 하나씩 찾아가 보는 중인데, 이곳 카페 무제움은 당시 여러 예술가들이 드나들었던 사교의 장소, 특히 클림트와 에곤 슐레가 자주 오곤 했다는 곳이다. 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그 당시에 사람들은 그저 여기에 방앗간처럼 들르고, 누군가가 와있으면 삼삼오오 모여 예술에 대해 논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소개해주며 또 알아가고 했겠지. 그런 상상을 하며 커피를 마시니 더욱 맛있다. 오늘은 정통 비엔나커피라고 하는 멜랑주를 시켰다. 따뜻한 커피 위해, 쫀득쫀득한 우유거품이 올라가 있는 커피다.
서둘러 계산을 하고 나와 빠르게 달렸다. 단 6~7분이지만 땀이 흠뻑. 아까 나왔을 때보다 거리의 사람들이 많아졌다. 마트로 가서 아이들 줄 크루아상 빵과 딸기, 블루베리, 블랙베리, 귤을 사서 돌아갔다. 빈의 아침은 화창하고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