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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정 Oct 13. 2023

짬짬이, 어떻게든 달려보자

5분 달리기 Day 12 ~ Day 14

5분 달리기 도전 Day 12. 내 숙제에 아이들을 끌어들이지 말 것


아이들이 하원하고 집으로 왔다. 마침 날씨가 좋아서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나는 달리기를 하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우리 축구장 놀이터에 자전거 타러 갈까?" 첫째는 좋다고 했고 둘째는 싫다고 했다. 요즘 둘째는 집에 오면 TV를 보려고만 해서 조금은 억지로라도 데리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내 작은 차 트렁크에 아이들 두 자전거를 구겨 넣고 앞 좌석에는 내 롤러브레이드를 챙겼다. 두어 달 전에 롤러브레이드를 샀는데 최근 날씨가 다시 쌀쌀해져서 한참 못 타고 있던 참이었다. 집 근처에 있는 축구장은 그 주변으로 롤러브레이드와 아이들 자전거 등을 탈 수 있게 트랙으로 되어 있고, 한쪽에는 어린이 놀이터도 있어서 우리가 종종 찾는 곳이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고, 나는 그 옆을 달렸다. 달리기를 아이들과 같이 할 수 있다니 무척 신난다. 아이들 오기 전에 숙제처럼 끝내두려고만 했는데 이 방법도 정말 좋은데!? 그렇게 두 바퀴를 돌고 나니 7분 정도. 꽤 오래 뛴 것 같았는데 1km가 채 되지 않았다.


달리기를 멈추고 롤러브레이드로 갈아 신었다. 한발 한발 무거운 내 몸을 실어 옮기는 달리기와 다르게 슥슥 잘도 미끄러지니 너무 재미있다. 바람도 시원하다. 아이들의 자전거 속도와 딱 맞아 같이 타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신나게 타던 둘째가 몇 바퀴 돌더니 힘들다며 멈춰 서서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 또 감기인가? 열 나나? 만져보니 이마는 뜨겁지 않았지만 전혀 힘이 없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둘째를 업어 차에 앉히고, 남은 자전거와 나의 롤러브레이드와 첫째의 자전거를 주차장에 가지고 와 실었다. 진땀이 뻘뻘. 그러고 보니 둘째는 밖에 나오기 싫다고 했었는데 내가 같이 달리려고 괜히 무리를 했나 싶어서 미안하고 후회스러운 마음이 올라왔다. 아이의 컨디션을 더 살펴야 했는데, 나의 마음만 더 앞섰던 것은 아닌지. 날 좋은 날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 타며 달리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내 숙제에 아이들을 끌어들이지는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 둘째야 미안해 ㅠㅠ



아이들과 함께 축구장 트랙 달리기 + 인라인



Day 13. 두 번째 실패날


이제 고작 2주도 안 됐는데 달리기를 빼먹은 날이 벌써 두 번이나 되다니. 스스로에게 조금 실망스러웠다. 토요일이었는데 남편은 출근했고, 어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둘째의 진료를 위해 병원에 다녀왔다. 얼마 전 지나갔던 감기가 깨끗이 낫지 않았던 탓인지 귀와 기관지에 염증이 있다고 했고, 다행히 심한 상태는 아니었다. 아이들 점심 먹이고 처방받은 약을 사고 집에 돌아오니 이미 지쳤다. 여러 종류의 약을 처방받아서 시간에 맞춰 약을 챙겨주고, 밥을 차리고 먹이고 치우니 또 밤.


뒤돌아 생각해 보면 단 5분이라면 언제든 나가서 달리고 올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이가 아프다고 하니 심적으로 지치고, 내일부터 계획되어 있는 아이들과의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어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이 날은 달리기를 포기했지만, 앞으로는 목표한 30일을 채우기까지 하루도 빠뜨리지 말자고 다짐했다. 



Day 14. 차에서 내려 달려가기


다행히 아이의 컨디션은 좋아졌고, 원래 계획대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아이들 방학이어서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부다페스트를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7시간 반 거리. 하루에 가기는 멀어서 오늘의 목적지는 그 중간 즈음인 체코 브르노(Brno). 늦은 오후에 도착했다. 남편과 아이들과 브르노 마을과 성당을 둘러보고 여유롭게 저녁을 먹고 나니 벌써 저녁 8시 반. 숙소에 가면 9시가 될 거고, 그러면 또 아이들 씻기고 재우느라 달리러 나오기 어려워질 거다.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남편에게 말했다.


"나 저기, 공원 앞에 세워줘. 거기부터 뛰어갈게!"


달리자고 작정하면 별의별 방법을 다 찾아내기 마련. 중간에 차에서 내려서 혼자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캄캄해진 공원으로 들어가니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한 구석에서 맥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놀고 있는 어린 친구들도 있었다. 낮에 봤으면 더욱 예뻤을 것 같은데 초록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밝은 달이 무척 예뻤다. 신선한 공기가 좋아 좀 더 돌고 싶었지만, 남편과 아이들을 생각해 공원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호텔로 향했다. 중간에 신호대기하는 시간을 잠시 빼고는 10분 연속 달렸다.


러너가 된 우리 언니가 왜 항상 러닝복을 입고 다니는지 이해가 됐다. 가죽점퍼를 입고 달렸는데 옷이 땀에 젖어 꽤나 찝찝했다. 늘 준비되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뛸 수 있는 법. 나도 매일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니게 되려나.



체코 브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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