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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정 May 17. 2023

여행지에서 달리기 - 부다페스트

5분 달리기 Day 15 ~ 18


Day 15. 부다페스트의 밤거리 달리기


저녁에 부다페스트에 무사히 입성했다. 밤에 물과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러 나온 김에, 일부터 조금 멀리 한 바퀴를 돌아서 수퍼마켓으로 갔다. 덕분에 부다페스트의 밤 골목을 구경할 수 있었다. 밤 10시가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한창인 레스토랑, 펍, 즐겁게 떠드는 젊은이들. 나도 아이가 아닌 친구들과 왔다면 저 자리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수다를 떨고 있었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 곳곳에서 영어가 많이 들려오는 관광지였다. 쉬지 않고 달려 마트에 갔는데 별로 힘들지 않았다. 1km, 7분 20초. 슈퍼마켓이 더 멀었다면 더 뛸 수 있었을 것 같다. 달리기 체력이 조금씩 붙고 있는 것일까.



Day 16. 마치 생활 러너인 것처럼


부다페스트에서의 둘째 날은 아이들과 세체니 온천에 다녀왔다. 110년 전에 바로크 양식으로 화려하게 지어진 드넓은 야외 온천에서 따끈하게 몸을 담그고 있는 맛은 정말 최고였다. 두 개의 거대한 야외 온천탕이 있고, 그 중간에 50m의 드넓은 수영장이 펼쳐져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바로 며칠 전에 수영장을 몇 번 드나들며, 처음으로 50m 횡단에 성공한 사람 아닌가. 이를 위해 미리 챙겨 온 수영모와 수경을 쓰고 들어갔다. 깊이는 1.3m에서 1.8m까지. 중간지점을 넘으면 발이 잘 닿지 않는다. 마침 중간 지점에 계단이 크게 있어서 그리로 들어가 발이 닿는 쪽에서만 수영을 했다. 홈그라운드를 벗어나니 긴장이 됐는지, 이전처럼 몸에 힘이 안 빠지고, 호흡이 가빨라져서 제대로 멋지게 수영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 역사 깊은 세체니 온천 수영장에서 허우적대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험이다!


부다페스트 세체니 온천에서 수영하기


숙소에 오니 아이들은 피곤해했고 다시 나가기 싫어해서 숙소 옆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공수해 오기로 했다. 테이크아웃 포장을 부탁하니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린다고. "OK!"하고 흔쾌히 외친 나는 평소처럼 테이블에 앉아 핸드폰이나 할까 하다가, '어, 잠깐만, 10분~15분이면 딱 달리기 좋은 시간이잖아?' 나는 레스토랑 직원에게 "내 가방과 재킷 좀 놔두고 가도 될까? Because I want to run."라고 말했다. "Sure"라는 말을 듣고 짐을 내려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리면서 생각했다. "Because I want to run"이라고 말한 건 정말 멋진 것 같아. 마치 생활 속에서 늘 달리는 러너인 것처럼 말이야!



부다페스트의 밤거리


이번엔 대로변으로 나가 달렸다. 달리다 보니 유럽의 체인 마트인 리들(Lidl)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내일 아이들 아침거리까지 사갈까 하고 들어갔는데 퇴근시간이어서인지 계산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나왔다. 조금 더 달리니 멋진 건물이 보이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뉴욕 팰리스 호텔' 그 옆에 '뉴욕 카페'라고 쓰여있다. 오! 이건 관광 가이드 책에서 보던, 꼭 가야 하는 그 카페!! 일정 중에 한 번은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는지 몰랐다. 달리는 동안 장을 볼 수 있는 곳과 멋진 카페 위치를 체크하는 덤까지 얻어 레스토랑으로 돌아갔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땀에 살짝 젖은 나는 시원한 빗방울을 반기며 한 손에 일용할 양식을 들고 숙소로 돌아갔다.



5분 달리기 도전 Day 17 세체니 다리를 건너 어부의 요새까지


대여자전거를 빌려서 부다페스트의 명소인 '세체니 다리'를 건넜다.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는 달리기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다리에 오르기까지 약간의 오르막길이 있어 기어를 바꾸고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다리에 올라서자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도나우 강과 함께 어우러진 절경. 벅찬 해방감에 감동하며 다리를 건넜다. 근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부다페스트를 언덕에 있는 어부의 요새까지 걸어 올라갔다. 어부의 요새는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 반대편에 있는데. 높은 언덕에서 도나우 강과 화려한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는 절경이 기가 막힌 곳이다. 이곳에 두 발로 직접 올라온 것이 뿌듯해 멋진 배경을 뒤로 셀카를 여러 장 찍었으나, 운동복 차림이라 잘 나온 사진은 없었다. 아이들 저녁거리를 사가야 해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가려는데, 달려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들어가면 달리기를 하러 또 나오기는 힘들 것 같았고, 이 멋진 곳에서 달려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운동복도 입고 나왔겠다, 안성맞춤!


부다페스트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본 풍경


내리막길이라 조금 수월했다. 오른쪽 옆으로는 울창한 숲과 나무가 많이 보였고, 왼쪽으로는 좁은 골목과 건물이 많았다. 아까 자전거를 세워둔 곳까지 내려왔는데 강변을 좀 더 달려보고 싶어서 좀 더 나아갔다. 나와 같이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강변을 내가 달리고 있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자전거를 타며 세체니 다리를 건너던 그 해방감, 오래 꿈꿨던 곳에서 달리기를 하던 그 비현실감이 잊히지 않는 하루였다.  


대여 자전거로 세체니 다리 건너기/ 어부의 요새에서 달려 내려오기



Day 18 부다페스트 공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부다페스트 시내 투어버스를 타고 구경했다. 중간중간 원하는 곳에서 내렸다가 다시 다음 버스를 탈 수 있는 버스였다. 아이들과 함께 놀기 위해 시민공원이 있는 영웅의 광장에서 내렸다. 2유로를 주고 아이들 트램펄린을 태워주었고, 어린이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고 모래놀이를 하고 노는 동안 나는 놀이터 주변을 뱅글뱅글 돌며 달리기를 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 중이어서 따로 달리기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으니 잠깐이라도 짬날 때 미리 해두면 저녁에 숙제가 없어서 좋다. 공원의 호수가 예뻤다. 6~7분 연속 뛰는 것은 이제 하나도 안 힘든 듯, 다음부터는 좀 더 길게, 적어도 7~8분 정도 뛰는 걸로 해봐야겠다고 생각. 6분만 채우고 아이들 곁으로 와서 같이 그네를 신나게 타다가 돌아갔다.


  

아이들이 공원에서 노는 동안 뱅글뱅글 돌며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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