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코칭 노하우
비즈니스 스피치 책을 집필할 때 성공한 사업가들의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를 인터뷰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말의 중요성을 깊이 알고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스스로 방법을 찾으며 수 년, 수십 년에 걸쳐 자신만의 노하우를 수련해왔다.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누군가는 스토리텔링을, 누군가는 경청을, 누군가는 목소리를, 누군가는 정직한 말을 꼽았다.
그들의 인터뷰를 정리하며, 말을 업으로 삼아온 나에게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생각해보았다. 깊은 고민 없이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질문’이다.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도구 중 질문은 가장 파워풀하다. 질문은 사람의 생각과 격을 나타내고, 상대의 마음을 열기도 닫기도 한다. 대화의 주제를 주도하기도 하고, 관계의 질을 좌우하기도 한다.
코칭이나 심리상담에서 질문은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인식을 확장하며, 때로는 인생을 바꿀 만큼 강력한 도구로 사용된다. 나 역시 코칭을 받으며 코치의 몇 마디 질문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나의 좁은 인식이 확장되고 커다란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되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질문은 꼭 다른 사람에게 하거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진짜 나의 마음을 알고, 나의 고민을 해결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어갈 수 있다.
우리는 사실 매일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하고 수없이 답하며 살고 있다. ‘10분만 더 자도 될까?’, ‘오늘 차를 가져갈까 말까?’, ‘점심 뭐 먹지?’, ‘어디서 만나지?’, ‘이걸 언제 다 하지?’ 이런 자문자답 속에서 많은 것을 고민하고 선택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질문 말고, 내 마음을 알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다른 차원의 질문이 필요하다. 나를 향한 질문에도 격이 있다.
<나를 바꾸는 세 가지 질문>
1. 열린 질문
‘내가 할 수 있을까, 없을까?’와 같이 Yes or No의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은 도움이 안 된다. 혹은 ‘나는 맨날 왜 이렇지?’ 와 같이 탓하는 질문 역시 발전이 없다. ‘무엇을 원해?’ ‘어떻게 하지?’와 같이 나의 생각을 마음껏 펼치며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
‘내가 과연 거절할 수 있을까?’ ‘나는 왜 하고 싶은 말을 못하지?’라고 질문한다면 ‘거절하지 못할 거야.’ ‘나는 자신감이 없으니까.’와 같은 부정적인 결론으로 끝나기 쉽다. 애써 긍정적으로 답변을 끌어내서 ‘할 수 있을 거야!’ ‘해보자!’와 같이 답했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결심에 그치고 말 것이다.
구체적인 답을 할 수 있는 열린 질문을 해보자. 어떤 열린 질문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먼저 ‘무엇’을 넣어본다.
Q: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A: ‘나는 당당해지고 싶어.’
Q: ‘당당하다는 건 무엇일까?’
A: ‘눈치 보지 않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
Q: 무엇이 날 눈치를 보게 만드는 걸까?
A: ...... 글쎄. 눈치 주는 사람은 없는데... 나 스스로 자신감이 없어서 그러는 것 같아.
Q: 무엇을 하면 자신감이 생길까?
A: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면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
Q: 그럼 전문가가 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A: 그동안 쌓은 경험과 자료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어.
‘어떻게 하면’을 넣어보자.
Q: ‘어떻게 하면 회의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을까?’
A: ‘더 자신감이 생기면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
Q: ‘어떻게 하면 자신감이 생길까?’
A: ‘내가 더 준비가 되면.’
Q: ‘준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A: ‘제안서에 대해서 자료 보충을 더 해야 할 것 같아.’
Q: ‘그럼 먼저 어떻게 하면 되지?’
A: ‘회사 매출을 보기 쉽게 표로 정리해야겠다.’
이렇게 열린 질문을 이어가다 보면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게 된다. 답은 이미 내 안에 다 있다.
2. 확장질문
위의 열린 질문을 통해서도 좋은 해결책을 찾았지만 그것을 확장시키면 지혜로운 방법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또 어떤 모습이 되고 싶어?’ ‘진짜 원하는 게 또 있을까?’ ‘그 외에 또 좋은 방법이 있을까?’라고 더 캐내는 것이다. 그것이 다일 것 같지만 계속 질문하고 생각하면 계속해서 지혜가 떠오른다. 내 안에는 내가 미처 다 캐내지 못한 어마어마한 지혜의 보물이 숨어있다.
Q: ‘자신감을 갖기 위해 그 외에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
A: ‘취미 생활을 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좀 더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
Q: ‘좋은 방법이다! 혹시 또 있을까?’
A: ‘음.. 인정받는 경험을 가지면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 일단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서 인정을 받아야겠다.’
또 다른 확장 질문은 좁은 틀에 갇혀있던 인식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확장 질문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은 ‘만일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이다.
Q: ‘만약,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어떻게 살고 싶어?’
A: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다면, 나 회사 그만 두고 여행하고 책 쓰면서 살고 싶어.’
Q: ‘회사 그만 두지 못하게 하는 게 있어?’
A: ‘음...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당장 그만 두기는 좀...’
Q: ‘여행하고 책 쓰는 일을 아직 못 한 이유가 뭘까?’
A: ‘아니, 뭐... 회사도 그렇고..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하려면 할 수는 있지.’
Q: ‘그럼 지금 그렇게 하면 안 될까?’
‘만약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혹시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내일 아침에 기적이 일어난다면?’이라는 질문을 하면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재미있는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불가능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다보면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소망을 알게 된다. 그렇게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황을 가정해 진짜 원하는 삶을 그려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제약하는 것은 그 누구도, 환경도 아닌 자기 자신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3. 관점 전환 질문
스스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엉뚱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면 더 쉬울 것이다.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것, 관계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 가상 속의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내가 코칭 실습을 할 때 상대 코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육아와 일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지금 아기가 너무 어려서 일까지 하기가 힘든데 일을 거절 못하겠어요. 그리고 일을 거절하고 오래 쉬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요.”
그랬더니 코치가 이렇게 질문했다.
“갑자기 좀 생뚱맞은 질문일 수도 있지만, 내 인생에 가장 빛나는 시기는 언제일까요?”
“음... 아마도 40대 후반, 50대요. 지금 하고 있는 공부와 일들이 10년 이상 내공이 더 쌓이면 그때는 정말 멋지게 빛날 것 같아요.”
“그때는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서 강연하고 코칭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이 그려져요.”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 이런 상황을 볼 때 어떤 마음이 드세요?”
그제야 나는 깨달음과 여유의 미소를 지었다.
“훗. 전혀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코치는 ‘생뚱맞은 질문’을 나에게 함으로써 내 미래를 상상해보게 했고, 큰 그림을 그려보게 된 나는 눈앞에 닥친 문제에 대한 조급한 시각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이 지닌 최고의 탁월함은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질문하는 능력이다”라고 했다. 지혜로운 질문은 나를 바꾸고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나에게 세 가지 질문을 잘 던지고 진심으로 대답한다면 진짜 내 모습, 진심으로 내가 바라는 것,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즐겁게 찾아갈 수 있다.
이 매거진의 글은
' 하고 싶은 말을 센스있게'
<말하기의 디테일>
의 일부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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