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미정 Mar 15. 2019

결혼식에 간다는 것

그녀의 눈물


단정하게 차려입고,

평소에 신지 않던 조금은 불편한 구두를 신고

아주 가끔씩 꺼내 드는 핸드백을 들고

미소 머금은 사람들로 가득한 예식장에 들어선다.     


축의금을 내고 받는 사람

오랜만에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

하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행복과 긴장이 공존하는 신랑

예쁜 드레스에 꽃을 들고 앉아

지인들과 예쁘게 사진을 남기는 신부.     


신랑 신부 어머니의 촛불로 예식이 밝혀지고

늠름한 음악에 맞춰 신랑이,

부드러운 선율에 맞춰 신부가 입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팔짱을 끼고 하나가 되어

거룩한 예식에 임한다.     


축복과 조언의 주례,

사랑을 약속하는 반지 교환,

조금 장난스러운 듯 한 친구들의 축가

성악가 같은 지인의 노래.

부모님께 감사하다 큰절을 올리며 인사를 하고,

엄마에게 안기는 신부는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수많은 예식에 자리하고

비슷한 순서, 비슷한 풍경에 제법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신부가 눈물을 흘릴 때면 내 눈가에도 여지없이 눈물이 고인다.

그녀의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의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가장 행복한 순간에

아프고 미안했던 추억은 더 애절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나의 결혼식에서

나의 언니가 우리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매일 밤을 함께 보냈던 동생’이라는 한 줄 짧은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것이다.     


엄마에게, 아빠에게 안기는 순간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하고, 마음 아프게 했던 순간들이

애절하게 다가오는 것일까.

이 행복한 시간, 나의 부모로 살아있어 준 것이,

그 사소한 것이 너무도 고마운 것일까.


먼저 가버린 아빠가 너무도 보고 싶은 것일까.     

결혼식을 올린 지도 꽤 오랜 세월이 지났고

때로는 예식이라는 것에 의무로 참석하면서도

왜 나는 또다시 신부처럼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일까.

왜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서 내 눈은 또 촉촉해지는 것일까.

작가의 이전글 신이 감추어둔 나를 찾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