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로 돌아오는 법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를 회복하는 시간

by 강라헬


더운 날씨에 외출은커녕, 한 발짝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른다.

누군가는 이런 날씨에도 바다를 찾고, 타지나 해외로 떠나며 어딘가를 ‘다녀왔다’고 하지만, 나는 아니다.


전쟁 같은 일상과 평일보다 더 바쁜 주말이 반복되다 보니 점점 지쳐갔다.

눈 돌리는 곳마다 먼지와 찌든 때, 청소기를 돌려도 돌아서면 보이는 머리카락, 물때가 낀 화장실, 빨래통에 쌓여가는 옷가지들.


'청소해야지, 화장실도 락스 풀어서 청소해야지, 빨래도 돌려야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연료가 떨어진 자동차처럼, 늘 마음속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모처럼의 휴가로 4일의 연휴가 생겼다.

나는 결심했다. 외출하지 않기로.

(사실 덥기도 하고, 딱히 갈 곳도 없었다.)


첫째 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밥만 겨우 차려 먹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졸리지도 않았는데 누워 있으니 잠이 왔다. 자고 또 잤다.


둘째 날. 밀린 빨래를 돌렸다.
옷가지들과 이불을 돌렸다. 세탁기가 쉼 없이 돌아간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시간을 흘려보냈다.


셋째 날. 마트에 다녀왔다. 벼르고 벼르던 화장실 청소를 위해 다 떨어진 청소용품들을 샀다. 사실 이 날의 외출은 청소를 위한 의식 같은 것이었다.


넷째 날. 드디어 화장실 청소.

타일 사이에 낀 물때, 벽에 거뭇하게 자리 잡은 곰팡이를 솔로 문질렀다. 욕실용품은 락스물에 담가 닦고, 욕실장 안도 정리했다. 땀이 얼굴을 타고 흐르고, 허리는 쑤셨지만, 그보다 더 크게 몰려온 건 상쾌함이었다.


햇살이 가득 밴 이불 위에 몸을 뉘이니, 이보다 기분 좋을 수 없었다.


그래, 쉬는 날이 꼭 ‘놀아야 하는 날’ 일 필요는 없다.

진짜 휴식은 어쩌면, 나를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는 시간이 아닐까.


4일의 휴일 동안 나는 나의 삶 한 귀퉁이를 닦고, 정리하며, 미뤄왔던 일들을 해치웠다.

몸은 조금 고됐지만 마음은 가뿐했고, 개운하고 상쾌한 기분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내일이면 다시 전쟁터로 복귀하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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