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보다 훨씬 더 강박적으로 위생에 유난을 떤 까닭
아주 작은 위험 부담도 없애고 싶었기 때문에. 조금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혹시라도 나 때문에 아빠에게 치명적인 감염이 생길까 봐 무서웠으니까.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듯, 자가이식 후 퇴원한 환자의 몸의 내부는 신생아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아빠가 퇴원하기 전 보호자로 있던 엄마는 병원에서 아빠와 함께 교육을 들었고, 나와 언니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교육영상(문자로 링크 공유해 주심)을 통해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당장 병원으로 가야만 하는 증상들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
건강한 사람에겐 가볍게 앓고 지나갈 법한 감기도 아빠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소리를 들은 우리 가족은 모두 초긴장 상태였다.
아빠 혼자만 쓸 수 있는 방은 있었지만, 화장실과 주방 그리고 거실은 온 가족이 함께 쓰는 곳이었으므로 조금 더 주의가 필요했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집안을 아주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유튜버들이 좋다고 극찬하는 각종 수입산 세정제가 우리 집에 속속들이 택배로 도착하고,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의 소독 티슈도 주방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
샤워기 헤드 부분의 마감이 고르지 못해 플라스틱이 튀어나온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피부에 상처를 낼까 봐 급하게 다이소에서 샤워기 헤드와 호스를 갈았다. 물기 있는 바닥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욕실화도 미끄럽지 않은 것으로 다시 샀다.
자가이식 후 한 달 동안은 매일 안방과 화장실을 청소하는 게 교육 내용 중 하나였기에 나는 비자발적 아침형 인간이 됐다.
엄마는 아빠의 식사와 간식
언니는 화장실 청소(가장 마지막에 샤워하는 사람이라서)
나는 매일 아침 아빠 방 청소
아침에 빠릿빠릿하게 일어나지도 못하는 사람이 눈을 뜨자마자 손 씻고 청소부터 하는 건 처음엔 버거웠지만 억지로 적응했다.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하면서 아주 덥거나 추울 때 퇴원한 게 아닌 것에 감사했다. 올해 1월 말부터 감사한 일을 착즙하기 시작한 이후로 사고방식이 아주 조금 바뀐 덕분이다.
청소 루틴은
안방 방문 닫기>창문열기>이부자리 정리>청소기 헤드 바꿔 이불 먼지 밀기>청소용 헤드로 바닥 밀기>에탄올 뿌리고 바닥 닦기(소독 티슈로 닦을 때도 많았음)>환기 충분히 하고 창문 닫기
내가 안방에서 청소하고 있을 동안 엄마는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했다. 아빠 식사는 전부 따로 조리했고 겸상도 하지 않았다. 설거지는 대개 내 몫이었는데 매일매일 열탕소독했다. 집에서 이렇게 감염방지를 위해 노력한다 한들 외출했을 때 누군가에게 감기든 코로나든 옮겨오면 큰일이었기에 더 주의를 기울였다.
실외마스크가 해제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나는 거의 매일 KF94 마스크를 끼고 외부 활동을 했다. 간혹 비말 마스크를 쓰는 날도 있었지만 그건 집에 KF94 마스크가 없어서 낀 것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산지가 너무 오래돼 그게 불편한 줄도 몰랐다.
마스크를 벗는 게 더 끔찍한 일이었다. 대중교통과 카페 등 실내에서 요란하게 비말을 퍼뜨리며 기침하는 사람은 대부분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 분명 코로나 때 기침하게 되면 팔로 자신의 코와 입을 가리는 게 매너라고 홍보하지 않았나. 다짜고짜 초면인 사람에게 기침 매너 좀 지켜달라고 말하기도 싫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예민하고 유난일 사람 될 게 뻔한데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했다. 자리를 옮겨 최대한 거리를 벌리고 개인위생에 더 힘쓰는 걸로 방어하며 감염 위험을 줄였다.
사진엔 없지만 알콜스왑도 가방과 파우치마다 넣어두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의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인 모를 감염은 순식간에 아빠의 몸에 번졌다.
자가이식 퇴원 후 3주 만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