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KF94 마스크 써?

코로나 때보다 훨씬 더 강박적으로 위생에 유난을 떤 까닭

by 강서경

아주 작은 위험 부담도 없애고 싶었기 때문에. 조금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혹시라도 나 때문에 아빠에게 치명적인 감염이 생길까 봐 무서웠으니까.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듯, 자가이식 후 퇴원한 환자의 몸의 내부는 신생아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아빠가 퇴원하기 전 보호자로 있던 엄마는 병원에서 아빠와 함께 교육을 들었고, 나와 언니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교육영상(문자로 링크 공유해 주심)을 통해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당장 병원으로 가야만 하는 증상들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


건강한 사람에겐 가볍게 앓고 지나갈 법한 감기도 아빠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소리를 들은 우리 가족은 모두 초긴장 상태였다.


아빠 혼자만 쓸 수 있는 방은 있었지만, 화장실과 주방 그리고 거실은 온 가족이 함께 쓰는 곳이었으므로 조금 더 주의가 필요했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집안을 아주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유튜버들이 좋다고 극찬하는 각종 수입산 세정제가 우리 집에 속속들이 택배로 도착하고,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의 소독 티슈도 주방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


샤워기 헤드 부분의 마감이 고르지 못해 플라스틱이 튀어나온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피부에 상처를 낼까 봐 급하게 다이소에서 샤워기 헤드와 호스를 갈았다. 물기 있는 바닥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욕실화도 미끄럽지 않은 것으로 다시 샀다.


자가이식 후 한 달 동안은 매일 안방과 화장실을 청소하는 게 교육 내용 중 하나였기에 나는 비자발적 아침형 인간이 됐다.


엄마는 아빠의 식사와 간식

언니는 화장실 청소(가장 마지막에 샤워하는 사람이라서)

나는 매일 아침 아빠 방 청소


아침에 빠릿빠릿하게 일어나지도 못하는 사람이 눈을 뜨자마자 손 씻고 청소부터 하는 건 처음엔 버거웠지만 억지로 적응했다.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하면서 아주 덥거나 추울 때 퇴원한 게 아닌 것에 감사했다. 올해 1월 말부터 감사한 일을 착즙하기 시작한 이후로 사고방식이 아주 조금 바뀐 덕분이다.


청소 루틴은


안방 방문 닫기>창문열기>이부자리 정리>청소기 헤드 바꿔 이불 먼지 밀기>청소용 헤드로 바닥 밀기>에탄올 뿌리고 바닥 닦기(소독 티슈로 닦을 때도 많았음)>환기 충분히 하고 창문 닫기



내가 안방에서 청소하고 있을 동안 엄마는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했다. 아빠 식사는 전부 따로 조리했고 겸상도 하지 않았다. 설거지는 대개 내 몫이었는데 매일매일 열탕소독했다. 집에서 이렇게 감염방지를 위해 노력한다 한들 외출했을 때 누군가에게 감기든 코로나든 옮겨오면 큰일이었기에 더 주의를 기울였다.


실외마스크가 해제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나는 거의 매일 KF94 마스크를 끼고 외부 활동을 했다. 간혹 비말 마스크를 쓰는 날도 있었지만 그건 집에 KF94 마스크가 없어서 낀 것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산지가 너무 오래돼 그게 불편한 줄도 몰랐다.


마스크를 벗는 게 더 끔찍한 일이었다. 대중교통과 카페 등 실내에서 요란하게 비말을 퍼뜨리며 기침하는 사람은 대부분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 분명 코로나 때 기침하게 되면 팔로 자신의 코와 입을 가리는 게 매너라고 홍보하지 않았나. 다짜고짜 초면인 사람에게 기침 매너 좀 지켜달라고 말하기도 싫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예민하고 유난일 사람 될 게 뻔한데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했다. 자리를 옮겨 최대한 거리를 벌리고 개인위생에 더 힘쓰는 걸로 방어하며 감염 위험을 줄였다.



손소독제.jpg 뿌리는 손소독제 - 젤형 손소독제 - 손소독티슈



사진엔 없지만 알콜스왑도 가방과 파우치마다 넣어두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의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인 모를 감염은 순식간에 아빠의 몸에 번졌다.


자가이식 퇴원 후 3주 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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