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면 최소한 하루에 한 편은 써야지;

정신 차려 이 각박한 세상에서

by 강설


25년 3월 23일. 난 앞으로 이 날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이 세상에 내 책이 태어난 날이기 때문에.

출간일 전후로 감격에 감싸인 일상을 살았다. 자주 벅차올랐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독자가 다가와 “사인해 주세요” 요청할 때 뚝딱거리지 않도록 미리 문구를 설정해 두고 이니셜 ‘K’와 꽃을 형상화하여 만들어두었던 사인을 매끄럽게 남기기 위해 빈종이를 까맣게 채워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서너 달이 지난 지금 사인하는 내 모습이 익숙해졌다. 인생의 마지막 작품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도 아니면서, 그 무시무시한 마감이 없어지니 한 없이 게을러졌다. 브런치북을 하나 완성하겠다며 호기롭게 시작한 것은 딸랑 하나의 글 밖엔 없고, ‘오, 이거 나중에 글감으로 써야지’하며 기록한 메모와 사진은 수두룩 하지만 도무지 다시 꺼내볼 생각이 없었다.


작가라면서 글을 미루는 날이 많아지니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글이라도 열심히 쓰고 있다면 가시적으로 새로운 파일이 하나 생성되니 우울이 찾아오지 못할 텐데 글도 없지, 고정적인 월급도 없지, 없는 것 투성이라 끝도 없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30일 동안 브런치에 글을 적어보세요. 그럼 댓글이 생길 거예요. 단 한 명이라도 독자가 생깁니다. 혹여 무반응이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그다음엔 60일, 90일 적는 거예요. 그럼 언젠가는 반드시 독자가 생겨요. “
-[쓰는 사람의 문장 필사] 북토크 중
고수리 작가님의 말-




정신을 차려보니 다행스럽게도 손엔 책이 쥐어져 있었고, 눈앞엔 닮고 싶은 작가님이 앉아 계셨다.


순간 부끄러움과 다짐이 동시에 일었다. 연속적으로 글쓰기를 성공해 낸 날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고 사이버대학교 문창과에서 강의하고 계신 작가님의 조언이니 꼭 시도해 보리라는 마음이 생겼다.


촛불이 훅 꺼져버리기 전에,

얇디얇은 촛대가 다 타버리기 전에,

고수리작가님이 전해주신 불씨 하나가 소멸되지 않도록 갖고 있는 촛대를 다 꺼내보았다.



다행히 여러 모양의 촛대가 이미 내 주머니에 담겨있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매일 새로운 촛대에 그 작은 불씨를 옮겨 붙이는 거다. 오늘 이만큼의 면을 채웠다고 안심하지 말고, 또 누군가 나에게 불씨를 전해주겠지 하며 안일하지 말고, 쉴 새 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사라지지 않도록 손바닥을 오므려 지켜주고, 생일케이크의 촛불을 준비하듯 정성스레 불씨를 옮겨 붙이는 것.


반성문과 같은 다짐을 잔뜩 늘여놓았으니 이제 도망칠 곳이 없다. 이 글을 시작으로 30일 연속으로 에세이를 적어내야지. 지금 내게 필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우리는 모두 이미 알고 있다. 필요한 것은 실행하는 것. 머릿속에 30개의 촛대를 세울 공간을 마련하고 하나에 불을 옮겨 붙었다. 나머지 29개도 무사히 밝혀내야지.


*주의 : 실패할 경우, 전업으로 돌아갈 각오를 단단히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