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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그 작은 인연을 기다립니다

익숙함 속에서 놓쳤던 소중함

by 헤어지니 강샘

분주한 주말 오전, 미용실은 늘 활기로 가득 찹니다. 특히 펌이나 염색 시술을 위해 오신 손님들은 몇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계시니, 그 시간 동안 편안함을 드리기 위해 이런저런 서비스를 챙겨드리는 게 익숙했죠. 따뜻한 차 한 잔, 잡지, 어깨 마사지... 저희 미용사에게는 일상의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습니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아들을 데리고 오는 아버지 손님, 매주 단정한 학생 커트를 위해 들르는 아이들을 보면서요. 왁자지껄한 대화도, 오랜 시간 정성 들인 시술도 아니지만, 매달 같은 자리를 지켜주는 것, 익숙한 듯 무심하게 저를 찾아주는 그 발걸음이야말로 가장 깊은 신뢰의 증거라는 것을요.



그 순간, 제 일상은 작은 변화를 맞았습니다. 그분들이 오시기 전, 미리 캐치해 둔 취향대로 시원한 아이스티나 따뜻한 커피를 준비해 두기 시작했습니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귀 기울였다가, 문이 열림과 동시에 환한 미소와 함께 ‘오늘도 시원한 아이스티 준비해 뒀어요!’ 하고 건네면, 무뚝뚝한 아버님 얼굴에도, 해맑은 아이들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았죠.




그저 음료 한 잔이지만, 그 안에는 '당신을 기억하고 있어요'라는 저의 작은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미처 챙기지 못했던 저의 부족함에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이제라도 이 소중한 인연을 더 깊이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 번은 매달 오시는 단골 고객님께서 “원장님, 매번 제 좋아하는 거 챙겨주시니 이제는 미용실 갈 때 되면 생각나요.”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건넨 작은 정성이 고객님의 마음에 이렇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는 것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미용사는 단순히 머리카락을 만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고객의 삶에 잠시나마 즐거움과 작은 행복을 선사하고, 그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이들이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은 관심과 진심이 쌓여 얼마나 견고한 신뢰를 만들 수 있는지, 저는 매달 만나는 이 소중한 커트 손님들을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고, 기억해 주고, 작은 것으로도 마음을 써주는 그 온기를 찾아 헤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매달 변함없이 저를 찾아올 소중한 인연을 기다리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준비합니다.


그 한 잔의 온기가,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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