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에서 만난 나
지독한 외로움이 선물하는 성장통
가끔 그런 생각해봤어요. 늘 '사회적인 나'로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가 하고요. 완벽해 보이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꽤 그럴싸한 가면을 쓰고 매일을 버텨내죠.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서 약한 모습을 감추고, 혼자 남겨질까 봐 불안해서 사람들에게 맞춰 살고요. 그런 모습으로 스스로를 겹겹이 포장한 채 '잘 살아가고 있다'라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삶은 가끔 저에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던져주곤 해요. 말 그대로 지독한 외로움이라는 칼날 같은 고통을요. 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같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사람도, 그저 옆에 있어 줄 존재도 없는 것 같은, 발가벗겨진 느낌의 외로움.
그때 비로소 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던 가면을 내려놓게 돼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초라하고, 때론 비겁하며, 때론 한없이 못난 나의 민낯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이죠.
이 외로움은 단순히 타인과의 단절을 의미하지 않아요. 오히려 내면으로 침잠하는 깊은 고독의 문을 열어줍니다. 세상의 소음이 잠시 멎는 순간, 내 안의 작은 목소리들이 하나둘 들려오기 시작해요. 무심코 흘려보냈던 내 상처들이, 외면했던 내 욕망들이, 애써 잊으려 했던 내 실패들이 마치 거울처럼 펼쳐지죠.
외로움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그 고독 속에서 오히려 내면은 성숙해지고 자기 이해는 더욱 깊어지는 겁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고통을 피해 도망치려 애씁니다. 하지만 저는 감히 말하고 싶어요. 때론, 나락으로도 한 번 떨어져 볼 만하다고 말이죠. 상상하기도 싫은 밑바닥,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절망감에 휩싸이는 그 순간이 어쩌면 삶에서 가장 역설적인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듯한 그곳에서 비로소 알게 돼요. 진정한 자신에 대한 성찰 없이는 진정한 고독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요.
외부의 어떤 기대도, 타인의 시선도, 물질적인 위안도 없는 그 바닥에서 순수하게 '나'라는 존재와 대면하게 됩니다.
그렇게 지독한 외로움의 나락을 거쳐 내 민낯을 알아가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더 이상 외부의 것들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나'를 만들어 줍니다. 나약함을 인정하면서도 다시 일어설 힘을 얻고, 불완전함 속에서도 온전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거죠.
결국, 밑바닥에서 만난 민낯은 부끄러운 얼굴이 아니라, 진짜 나를 발견하게 하는 여정의 시작입니다. 지독한 외로움과 나락의 경험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깨워 '진정한 나'로 성장시키는 귀한 성장통이라는 것을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