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지금, 어디로 달리고 있는가?

멈춘 심장에 다시 시동을 걸 때

by 헤어지니 강샘

어딘가에 단단히 박힌 뿌리처럼, 때로 같은 자리에서 같은 하루를 반복합니다. 아침의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고, 익숙한 출근길을 지나, 같은 얼굴들과 같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곗바늘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일상. 괜찮냐고요? 뭐, 괜찮죠.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가끔은 '이게 맞나...?' 싶어도, "어쩔 수 없지" 한 마디로 넘어가는 게 편하니까요.


근데 문득, 등골이 서늘해지는 질문 하나가 마음을 파고들 때가 있어요.

나는 지금, 어디로 달리고 있는가?


sticker sticker


어떤 날은 이 질문이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가시처럼 심장에 박히기도 합니다. 무작정 지도에 손가락을 콕 찍어 '여기!' 하고 떠나고 싶은 충동, 다들 한 번쯤 느껴봤을 거예요. 아니, 이미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고?


지겹게 반복되는 길 위에서, 창밖 풍경마저 흐릿해지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은 목소리가 속삭입니다. "어디든, 어디든 좋으니 지금 이 순간,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줄 그곳으로 달려보자!"


솔직히... 막상 그렇게 결심한다고 해서 당장 캐리어 싸고 비행기 티켓 끊는 사람 몇이나 될까요? 현실은 만만치 않잖아요. '그럼 이 일은 누가 해?', '텅장인데 어떡함?', '갔다 와서 더 현타 오면 어떡하지?' 온갖 걱정들이 거미줄처럼 달라붙어서 우리 발목을 잡죠. 망할 현실


하지만 '어디든 달려보자'는 말이 꼭 비행기 타고 멀리 날아가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 거예요. 어쩌면 그건, 더 이상 남의 시선에 나를 가두지 않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다짐일지도 모릅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골목 어귀의 작은 꽃집에 멈춰 서서 한참을 바라보거나, 매일 마시던 아메리카노 대신 달콤한 바닐라 라떼를 시켜보는 아주 사소한 시도들 말이에요.


이런 작은 달림이 쌓이고 쌓여, 결국 우리 안의 심장이 다시 힘차게 뛰기 시작하는 거 아닐까요?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도 좋지만, 가끔은 불안하더라도 새로운 설렘에 몸을 맡겨보는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길을 잃어도 괜찮아요. 길을 잃어야만 만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풍경이 분명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또 한 뼘 자랄 테고!


sticker sticker


그러니 오늘 밤, 잠들기 전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 봐요. 어디든 좋으니, 오직 내가 가고 싶은 그곳으로 마음껏 달리고 있는 모습을요. 그 상상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달린 거예요.

멈춘 심장에 다시 시동을 걸고, 다시 한번 힘껏 외쳐봐요.


"그래, 어디든 달려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