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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 Mar 18. 2016

#져준다 VS 이길 생각이 없다

2016년 3월

 결혼한지 1년이 갓 넘어간 동료의 결혼 생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알콩달콩 신혼에서 1년간의 "생활"을 같이 하다 보니 알지 못했던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 아내에게 맞춰주기만 했었는데 이게 무작정 맞춰주기만 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결혼 선배인 파트장인 말했다.

이제 신혼은 끝났네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게 되는 순간, 신혼은 끝나고 다툼이 시작된다는 명언을 하셨다. 내가 종종하는 말이 있다. "업무는 이성적으로, 연애는 비이성적으로" 근데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결국 이성적으로 돌아가게 되나 보다.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관계를 재정립하는 순간, 결국 그간 알콩달콩한 관계는 변화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그러자 동료가 반격한다.

전 아내에게 이길 생각이 전혀 없어요.


 뭐.. 훌륭한 생각이다. 배우자에게 바득바득 이기려고 하면 서로 설득하고, 핑계 대고 하면서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근데 또 결혼 선배님들이 들었을 땐 이 또한 최선의 마음가짐은 아니었나 보다. "져 주는 것""이길 생각이 없는 것"은 마음가짐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져 주는 것은 적극적이고, 이길 생각이 없는 것은 수동적이다. 쉽게 말하면 지금 배우자가 +5만큼을 원한다면 -5를 내어주어 +10을 만들어주는 게 "져 주는 것"이고, 지금 배우자가 +5만큼을 원할 때 0을 내어주어 +5만큼을 주는 게 "이길 생각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싸우기 싫어서 상대방 마음대로 하라고 하는 게 이길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배우자와 다퉜을 때, 잘잘못 여부와 관계없이 어떻게든 화를 풀어주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게 져 주는 거라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이길 생각이 없는 거다.


 결혼은 연애가 아니라 "생활"이기에 긴 인내심과 지구력을 요하는 마라톤과 같다고들 한다.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지친 나머지 이길 생각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싶다. 그래도 바득바득 싸우는 것보단 이길 생각이 없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직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대부분 져주려고 한다. 자존심이고 뭐고 뭐가 중요하랴. 여자친구가 마음 상해 있으면 풀어주는 게 먼저겠다. 하지만 또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이길 생각이 없는 마음으로 혹 변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을 단디 잡아놔야겠다. 져주자. 져주자. 져주자.


 내가 상대방을 생각해 봤을 때도, 내게 이길 생각이 없는 사람보다는 내게 져주는 사람이 더 고맙고 사랑스러울 것 같으니 나도 상대방에게 져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져주는" 멋인 애인, 남편, 아내가 되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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